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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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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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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토리 02
겨울철, 윈터 타이어는 꼭 필요할까

겨울철이 다가오면 생활 속에서 다양한 월동 준비가 시작된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부터 시작해 보일러에 쓸 연탄을 받아 창고에 쌓는 것이 겨울 채비의 대표적인 일이었다. 요즘에는 전기장판을 꺼낸다거나 온풍기를 구입하고 창문에 이중으로 된 공기층이 생기도록 필름을 붙이는 일이 더 잦으니 겨울 채비도 시절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자동차가 맞이하는 겨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계절이 바뀌는 11월초부터 꽃샘추위도 힘을 잃는 3월 중순을 지날 때까지 5개월에 가까운 기간은 자동차에 혹독하다. 차를 괴롭히는 것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눈이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이자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겨울스포츠의 기반이지만 자동차에는 나빠진 시야부터 미끄러운 노면까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변화다.

주행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기온의 변화다. 온도가 낮아지면 모든 것이 딱딱하게 굳는다. 겨울철 어르신들의 낙상 사고가 잦은 것도 미끄러운 길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은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더구나 여름에는 멀쩡하게 신고 다니던 신발이라도 겨울철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사정없이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다. 차가워진 날씨로 인해 눈과 얼음 등을 밟은 신발 바닥 부분이 단단하게 굳어져 생기는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눈길을 다니기 위해 얼음으로 덮인 산을 오를 때 쓰는, 흔히 ‘아이젠’이라 불리는 금속 징이 박힌 장비를 쓰기도 한다. 결국 미끄러운 노면에 확실하게 발을 확실하게 붙어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타이어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자동차의 달리기 성능을 좌우하는 타이어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달리고 돌고 멈추는 일이 모두 타이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자동차는 이렇게 움직이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받는다. 차를 앞이나 뒤로 움직이게 하는 구동력은 물론 반대로 차를 제자리에 멈추는 제동력, 앞뒤 방향을 기준으로 좌우로 가해지는 원심력까지, 이 대표적인 3가지 방향의 힘을 노면에 전달하는 것이 타이어의 역할이다. 게다가 실제 타이어가 노면에 붙어 있는 면적은 기껏해야 어른 손바닥 정도다. 사실상 차를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은 타이어라고 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타이어의 접지력은 노면과 타이어의 마찰력을 바탕으로 한다. 구동력, 제동력과 원심력 등 타이어에 가해지는 힘 중 하나 또는 두 개의 합이 마찰력을 넘으면 타이어는 미끄러진다. 비나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얼면 절대적인 마찰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엑셀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같은 속도로 코너를 달리더라도, 마찰 계수가 낮아진 상태에서는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2WD와 4WD 같은, 구동 방식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는다. 엔진에서 만들어진 토크가 두 개 바퀴로만 가는 2WD는 각각 50%의 구동력을 사용하지만, 4WD쪽은 네바퀴가 각각 25%만을 노면으로 전달한다. 결국 4WD 쪽이 같은 마찰력의 노면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이 훨씬 낮아진다.

눈이 오거나 빙판에서 4WD나 AWD의 바퀴가 헛돌지 않고 출발할 수 있는 것은 낮아진 마찰력에서도 바퀴에 걸리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4WD의 장점은 출발할 때만 발휘된다는 점이다. 구동계통이 복잡한 4WD는 무게가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같은 타이어를 기준으로 할 때 같은 속도에서 멈추기가 더 어렵다. 때문에 4WD는 출발과 탈출에만 유리할 뿐 코너링과 제동에는 오히려 더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여름용 3계절 겨울용 타이어의 성능 곡선 비교표

02

열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 타이어

자동차의 움직임은 대부분 고전 물리의 기본인 뉴턴의 운동 법칙 중 제1 법칙, 즉 관성의 지배 아래에 있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춘 상태라면 힘이 가해지기 전까지 계속 멈춰 있으려 하는 것이 관성이다. 때문에 달리는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는 브레이크에서의 열에너지로 소멸되기 전까지는 계속 차를 움직이려 한다. 이를 포함해 달리는 과정에서 타이어도 꽤나 높은 열에 노출된다. 뜨겁게 달궈진 브레이크에서 휠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것도 있지만, 차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이리저리 찌그러지거나 노면과의 마찰 때문에 생긴 열은 타이어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기본적으로 고무라는 물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끈적이고 저온이 될수록 딱딱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차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타이어는 더 높은 온도에서도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초고성능(UHP) 타이어는 50도 이상으로 치솟는데도 제 성능을 발휘한다. 반면 이렇게 고온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타이어는 온도가 떨어지면 지나치게 딱딱해지며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말랑말랑했던 고무들이 한겨울에는 단단해져 쉽게 미끄러지는 것처럼 자동차의 타이어도 접지력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윈터 타이어다. 사용온도가 높은 초고성능 타이어를 서머(Summer), 범용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타이어를 사계절용(4 season)으로 나누는 것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UHP 타이어가 고온에서의 내구성과 접지력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윈터 타이어는 낮은 온도는 물론 습기가 많은 상태에서 제대로 노면에 붙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윈터 타이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무의 재질을 구성하는 컴파운드다. 일반적인 승용차 타이어의 접지면인 트레드는 합성 고무에 여러 성분을 섞어 만드는데, 마모가 적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덩어리가 떨어지지 않는 내커트성과 내열성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고무에 섞는 보강재로 과거에 많이 쓰던 카본 블랙보다는 실리카 재질이 더 많이 쓰인다. 여기서 특성을 바꾸는 것은 고무와 실리카의 배합 비율은 물론 이들의 결합성을 높이기 위한 고무 배합물에 사용하는 가황촉진제 등의 사용 비율이다.

타이어가 목표로 하는 성능과 상품으로써의 한계 가격 등을 고려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윈터 타이어는 실제 작동하는 온도가 중요한데,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11월 평균 기온은 최고 기온이 12도, 최저 기온이 2도다. 대체로 윈터 타이어는 7도 이하의 온도에서도 고무의 탄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고무 안에 고르게 분산된 실리카 성분이 접지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발휘한다.

비용도 아끼고 안전도 챙길 수 있는 윈터 타이어

트레드의 모양도 여름용과 사계절용, 겨울용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배수성과 함께 접지력을 키우기 위한 커프가 추가되는 점이다. 흔히 ‘사이프’라고도 하는 지그재그 모양의 가로선이 추가되면 얼음 위와 눈을 파헤치는 힘이 더 커진다.

마찰력이 큰 마른 노면이라면 트레드의 고무 블록이 클수록 타이어가 노면에 붙어 있는 힘이 더 세져 핸들링 성능이 좋아지지만, 겨울철에는 접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달라진다. 특히 수입차는 물론 고성능 혹은 대형 세단을 중심으로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3계절 타이어(봄/여름/가을용)를 기본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행 안정성을 위해서는 첫 눈이 오기 전이자 기온이 떨어지는 11월 중순에는 반드시 윈터 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

사계절 타이어와의 비교는 어떨까? 사실 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4WD SUV는 사계절 타이어를 기본으로 달고 출고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자동차의 구동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력이다. 게다가 구동방식이 달라져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오직 출발할 때 밖에 없으므로 윈터 타이어가 줄 수 있는 성능과 비교할 수 없다. 제대로 멈출 수 없다면 남들보다 먼저 신호등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윈터 타이어에도 종류가 있다. 우선 노르딕 계열은 눈이나 빙판 등 노면 사정이 나쁜 길에서의 성능을 더 강화한 타이어다. 알파인 계열은 좀 더 긴 수명과 도심 등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도로를 중심으로 한 제품이다. 모두 윈터 타이어다. 하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만 주로 오고 가며 가끔 경기도 지역까지 움직인다면 알파인 계열이, 강원도에 거주하거나 제설작업이 자주 되지 않는 골목 안쪽에 거주한다면 노르딕 계열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윈터 타이어를 끼워야 하는 이유는 사실상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윈터 타이어를 구입하면, 기존에 끼우고 있던 여름용 혹은 사계절용 타이어를 보관해준다. 겨울 3~4개월 정도를 쓴 윈터 타이어는 봄이 되면 다시 빼서 포장 후 보관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결국 윈터 타이어 한 세트를 구입해 3년 정도를 쓴다면, 같은 기간 동안 빼 놓은 타이어의 수명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게다가 겨울 동안 사고를 한 번이라도 피할 수 있다면 ABS나 전자식 자세제어 장치 같은 안전 장비를 구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달리기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타이어다. 고성능 타이어를 끼운 차라면 반드시, 또 4계절 타이어라도 눈이 많이 쌓인 길을 자주 달린다면 반드시 윈터 타이어를 끼워야 한다. 이제 계절에 따라 타이어를 바꿔 끼우는 것은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로 생각해야 한다.

이동휘
자동차 칼럼리스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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