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 로고웹저널로고

2018 / VOL. 357

2018 / VOL. 357

서브 메뉴 열림/닫힘

정책동향 02
한국 자동차산업과 일자리 전망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와 부품업체의 위기

현대자동차의 3분기 실적 결과가 발표됐다. 어닝쇼크 수준의 저조한 결과로 국가와 지역경제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외부적으로 원 달러와 신흥국 시장 환율이 원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는 분석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일회성 리콜과 품질비용이 반영되었고, 수소차로 넘어가는 투자과정으로 재도약을 위한 성장통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 업체와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1998년 IMF 위기 후 20년 만에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내렸으며, 계열사인 기아차 역시 부정적으로 조정하였다. 글로벌 1위 신용평가사 S&P는 현대차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고, 무디스 역시 현대차의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악화된 수익성이 향후 1~2년 내에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자동차산업은 생산과 고용에 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의 중요한 핵심 산업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액은 197조 원(2016년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의 13.9%를 차지하고 있다. 부가가치액 역시 57조 원으로 전체 11.2%다. 종사자 수를 살펴보더라도 37만 명(2016년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9.1%에 이른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60~70%가 수출되고 648억 달러(약 73조2369억 원)로 전체 수출액의 1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산업의 전후방 파급효과는 다른 업종에 비해서 상당히 크다. 전국적으로 직접 종사하는 근로자만 4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직접고용이 13만 명, 1차 협력사 800여 곳에 18만 명, 2차 부품업체 5,000여 곳에 9만 여명에 달하고 있다. 판매와 정비, 보험, 주유, 운송, 생산기자재 등 전후방 산업의 간접고용까지 고려한다면 177만 명의 일자리와 연계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3분기 자동차부품 상장사의 10곳 중 7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동차부품업체의 현금유동성 악화는 어닝쇼크 우려와 함께 한국경제 전반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최근까지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는 납품 단가를 낮추고 은행 대출로 버텨왔다. 하지만 주문 물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생산 공장 통합 작업이나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 언론사가 상장된 90개 자동차부품사를 대상으로 재무제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중 40개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25개사는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GM 군산공장 폐쇄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메카인 울산지역의 매곡·문산 등 주요 산업단지 등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공장주변에도 정적만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산업생태계의 한 축인 부품업체가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완성차업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대한 징조가 뚜렷하고, 자동차 생태계도 균열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판매량

01

지난해 현대차 판매 실적은 725만1,013대로 전년대비 7%나 감소했다. 파업 등으로 인한 수출물량 생산 차질과 미국, 중국 시장 부진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중국 사드 보복조치와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인해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31% 감소했다. 이는 2015년 802만 대 판매를 정점으로 2016년 780만 대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올해 목표치인 755만 대 달성도 위협받고 있다.

현대차 국내 생산비중은 2000년 초 해외진출 이후, 2006년 73.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2012년에는 49%까지 급락, 처음으로 50% 벽이 허물어졌다. 2016년에는 4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낮은 대당 투입시간(HPV, Hours Per Vehicle)과 국내 생산 비중의 하락으로 국내 일자리가 추가적으로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해외투자 자본을 유턴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자동차산업의 국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기아차 국내생산 비중

02

미래차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 강화

최근 세계 자동차산업은 양적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파괴적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변화기에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업체와의 상생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고민이 부족했다.

규모가 영세한 자동차부품사는 R&D 투자가 제한적이라 지속적인 대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전장부품과 모터, 센서 등 첨단 부품산업에 대한 육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도는 여전히 수직적 하청관계로 이루어져 부품업체 경쟁력이 부족하고 완성차업체 의존도가 80%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과기부에서 발표한 자동차부품 기업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0.98%로 전 산업 평균 3.16%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의 R&D 현황을 보면 폭스바겐은 매출의 6.29%를 차지한다. 이를 대략 원화로 환산할 때 매년 17조 원이 넘는 비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2.4% 수준으로 2조 원 대 정도를 투입하고 있다. 기아차까지 합산하더라도 4조 원 대 규모로 이미 4~5배의 차이가 나고 있다. 토요타와 다임러, GM, 포드 등도 매년 4% 수준인 10조 원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현대기아차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2002-2050 전 세계 동력원별 자동차 판매점유율 변화 및 전망

03

2050년에는 내연기관차의 비율이 50% 수준으로 현격히 감소하는 대신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들도 모듈-부품업체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직적 구조에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분야 등 수평적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 소수 전문업체들의 과점형태로 산업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체계가 앞으로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배터리, SW업체 등 전자·IT업체의 지배력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자동차산업분야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향후 국제표준을 고려하여 미래차 생산 공장의 설립과 투자가 필요하고, 내연기관 중심의 중소·중견기업들의 사업모델 전환과 기술고도화를 위한 지원대책의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미래차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서비스 플랫폼 투자와 기술개발 역량을 위한 지원을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산업 경쟁력, 선진적인 노사문화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조직률이나 임시근로자 비중 등 정량적 고용유연성 지표는 주요 경쟁국과 유사하다. 하지만 노사협력 정도와 임금결정의 유연성 등 정성적 지표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자동차산업의 위기감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대립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는 벤츠와 포르쉐 등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1990년대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업체의 급부상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등의 위기를 겪으면서 지자체와 노사, 시민단체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 재도약을 이뤄냈다.

독일은 2009년 금융위기 직후 많은 회사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근로자의 임금과 노동시간을 한시적으로 줄여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도 노동이사제의 합리적인 운영은 경쟁력 회복에 큰 힘이 되었다. 독일노조는 파업 찬성률을 조합원 75% 이상으로 정하여, 파업을 하면 노사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조합원 대부분이 원해야만 파업을 할 수 있도록 변경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독일 자동차산업 경쟁력의 밑바탕엔 선진적인 노사문화가 있다. 초등교육 과정에서부터 ‘모의 임금단체협상’을 실습하는 등 합리적 근거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짧지만 집중적인 노동시간 관리, 장기 근속자가 많은 안정된 노동환경, 유연하고 합리적인 노사문화가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ISSUE01
ISSUE01
정책동향 01

완성차업체,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시장 참여 확대

ISSUE02
ISSUE02
정책동향 02

한국 자동차산업과 일자리 전망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