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R&D 모터쇼’가 지난 11월 14일부터 3일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렸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R&D 모터쇼는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의미처럼 연구와 개발에 초점을 맞춘 취지에 맞게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자동차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기술적 소통과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에는 1·2차 협력사가 개발한 바디부터 섀시, 전자, 파워트레인, 환경차 등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 총 52건(세계 최초 25건/국내 최초 23건)이 소개됐다. 친환경, 모빌리티, 융복합 기술분야 등 우수기술 14건도 함께 전시돼 관련업계의 신기술을 미리 만나보고 현대기아차의 방향성과 미래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R&D 모터쇼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자동차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반 모터쇼와 달리 전시된 차량 대부분이 개방돼 있어 관람객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스몰 존을 비롯해 콤팩트 존, 라지 존, 럭셔리 존, 디자인콘셉트카 존 등 총 13개의 전시 구역을 구별해서, 관람객들이 차급·테마별로 보다 즐겁고 쉽게 비교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인 전시장에는 친환경차, 고성능차, 디자인 콘셉트카 등 현대·기아차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대거 소개됐다. 최근 출시한 신차에 탑재된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물론 수소전기차 넥쏘, 코나 일렉트릭의 구조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절개차가 전시됐다.
고성능 존에서는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국내에 첫 출시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벨로스터 N은 물론 i30 N, 월드레이스챌린지에 출전했던 i20WRC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자인 콘셉트카 존에는 현대기아차 미래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에센시아(Essentia), 르 필 루즈(Le Fil Rouge) 등이 전시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는 체험형 전시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협력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앞으로 자동차기술 축제로서의 역할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주요 신기술을 살펴본다.
전동모터를 회전해 스프링 하단부를 위아래로 움직여 차체 높이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에어서스펜션을 통해 차체의 움직임을 조절하던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기술로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인 것은 차고 조절만 분리해 개발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현대는 이 기술을 통해 고속주행 시 주행안정성을 높이고 승하차 시 편의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에어서스펜션을 사용할 때보다 차체가 더 가벼워지고 연비도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고성능 모델 N인 i30 N과 벨로스터 N에 장착해 관심을 모았던 장치다. 배기 파이프의 형상과 전자식 가변 밸브를 이용하여 운전상황에 맞게 정숙 또는 스포티한 두 가지 다른 배기음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주행 모드별 배기음을 조절하고 배압 조절을 통해 엔진 성능의 효율성까지 최적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N 모델을 비롯해 씨드 GT, 스팅어 페이스리프트 모델 등에 확대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N과 기아차 GT 등 ‘고성능’ 모델에 탑재된 또 다른 신기술로 전자식 토크 배분 시스템이다. 좌우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해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주행성을 구현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코너에서 부담을 감지하면 양쪽 토크를 주행 상황에 맞게 바꿔 차를 좀 더 코너 안쪽으로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 때문에 어떤 사람이 몰아도 사람 성향에 맞출 수 있어 안정성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기아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신규 엔진 G1.6 터보·G2.5 엔진을 공개했다. 이 엔진은 운전 조건에 따라 직접 분사(GDI) 또는 포트 분사(MPI)를 선택할 수 있는 듀얼 연료분사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저속과 중속에서는 MPi의 포트 분사 방식을 활용하고 고속에서는 GDi의 직접분사를 한다. 영역에 따라서는 MPi와 GDi를 함께 사용해 배출가스 저감은 물론 연비 개선 효과, 노킹 저감, 성능 향상을 두루 기대할 수 있고, 엔진 마찰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여 연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현대차는 올해 초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을 공개하며 차축구조와 강성 강화를 통해 주행성능을 개선한 N 파워 센스 액슬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고성능 특화 차체 강성 보강’이라는 주제로 N 파워 센스 액슬을 비롯한 다양한 차체 강성 기술을 소개했다. 고성능 모델의 주행성능 확보를 위해 차체 강성을 보강하는 기술로, 차체와 섀시 주요 입력부 연결 강성 개선과 용접점 추가 등을 통해 차체 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그중 N 파워 센스 액슬은 벨로스터 N의 프런트·리어 액슬의 높은 강성을 기반으로 파워풀한 엔진 출력을 노면에 잘 전달하고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단단하게 자세를 유지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빠르고 정확한 조종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신형 싼타페에서 세계 최초로 적용된 안전사양으로 영유아 방치로 발생하는 인명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주행 후 시동을 끄고 운전석 도어를 열 경우 클러스터 경고 메시지 및 경고음을 통해 1차적으로 운전자가 뒷좌석을 확인하도록 해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운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차에서 내리고 차량을 잠그면, 차량 내부에 장착된 초음파센서가 실내 움직임을 감지해 경보음이 울리고, 비상등이 작동하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위험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