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 상무부는 조사를 시작해 270일인 2019년 2월 16일 이내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이 최근 진행 중인 나프타(NAFTA) 재협상과 EU와의 철강 관세 협상, 미·일 FTA 요구 등에서 협상대상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압박카드로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멕시코, 캐나다의 대미 수출에서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검토 조치가 나프타 현대화 협상 진행에 결정적인 모멘텀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은 자동차에 관한 232조 조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지난 8월 27일, 미국·멕시코 간 양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후 캐나다를 압박해 미-캐나다간 무역협상(9월 30일)마저 타결하며 3자 협정에 잠정 합의하였다.
새로운 나프타 협정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US-Mexico-Canada Agreement)이라는 명칭으로 대체하였으며, 3국의 정상들은 오브라도르(Obrador) 멕시코 신임 대통령의 취임인 12월 1일 이전 협정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USMCA는 ‘나프타 현대화 협상’이라는 명분을 살려 기존 나프타에는 없었던 디지털 무역과 국영기업, 환경, 노동 등의 조항을 신설하고 원산지나 금융서비스, 지식재산권 등의 내용을 강화하였다.
미국이 나프타 현대화 협상을 추진하며 요구해온 멕시코·캐나다의 시장 개방 확대와 자동차 관련 원산지 규정 강화 등 미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요구를 대부분 관철시킨 것이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동차산업과 관련해서는 원산지 기준과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 요건, 노동 부가가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원산지 기준의 경우, 승용차 및 경량트럭에 대해 세번변경(Change in Tariff Heading)과 높은 수준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였다.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승용차(8703.21-8703.90)와 경량트럭(8704.21,8704.31)은 HS 4단위(heading) 세번변경 기준과 순원가법(net cost method)상 75% 이상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역내 부가가치 기준은 2023년 1월 1일(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까지 4단계(66%→69%→72%→75%)에 걸쳐 순차적으로 충족시켜 나갈 계획이다.
승용차, 경량 및 중량트럭의 원산지 기준 이외에 역내산 철강 및 알루미늄을 사용해야하는 요건도 추가하였다. 북미(North America)에서 자동차 생산자가 이전 해에 구매한 철강과 알루미늄의 70% 이상이 북미산이어야 한다.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 조건을 충족했다는 자동차 생산자의 연간 증명서는 다음 해 생산되거나 수출되는 자동차에 적용된다.
또한, 자동차 생산자는 노동 부가가치 요건(Labor Value Content: LVC)의 충족 여부도 증명해야 한다. 승용차의 LVC 기준은 2023년 1월 1일(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까지 4단계(30%→33%→36%→40%)에 걸쳐 순차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경량 또는 중량트럭은 LVC 요건 45%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처럼 세번변경 및 역내부가가치 기준,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요건, 노동 부가가치 기준 등이 대폭 강화되면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자동차업체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도록 하는 압박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입규제조치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USMCA의 부속서에 포함시켜 향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해 232조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USMCA 부속서는 미국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해 232조 조치를 취할 경우를 가정해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수입 쿼터 조치 예외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일정 물량의 승용차(멕시코, 캐나다 각 260만 대)와 일정 금액의 자동차부품(멕시코 1,080억 달러, 캐나다 324억 달러), 그리고 경량트럭(light truck)은 232조 조치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232조 조치 후 60일간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서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산업과 무역추이를 고려해 협상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이번 자동차 및 부품 쿼터 합의는 미국이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신호로 보인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에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대수 감소율은 한국이, 수출대수 감소 규모는 일본이 가장 클 전망이다.
만약 미국이 수입 완성차 및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자동차 수출대수 감소율은 한국이 22.7%로 가장 높고 일본 21.5%, 중국 21.3%, 독일 21.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 대수는 일본이 연간 42만 대, 한국 16만 대, 독일 15만 대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국의 완성차 및 부품 대미 수출액은 240억 달러(27조1,920억 원)로 총수출의 33.7%,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했다. 때문에 미국의 수입차 고관세 부과는 한국의 자동차 수출과 생산, 일자리 등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자동차 분야 상호 호혜적 성과는 물론 미국경제에 대한 한국 자동차기업의 기여 강조 등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대상이 아님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시장다변화와 기술경쟁력 확보, 글로벌 밸류 체인 강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