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연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와 더불어 디젤 게이트를 기점으로 촉발된 환경문제 그리고 중국,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에서의 이해관계에 따른 강력한 정책적 견인에 따라 더욱 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들은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의 친환경차를 적극 출시하고 있어 친환경차 모델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차에 대한 증가율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로드맵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는 파리와 코펜하겐, 로마, 마드리드, 브뤼셀 등의 도시에서 디젤차의 도심운행 제한 정책을 필두로 유럽국가 및 중국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축소, 금지에 관련된 정책의 발표가 확산되고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예측 시나리오별 결과는 매우 다양하다. 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203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판매 비율은 중국이 26%, 유럽이 23%로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앞으로 전기차의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2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7년 현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보유 대수는 전 세계적으로 겨우 300만 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중국과 유럽,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차의 시장 진입과 성장은 거의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량, 충전인프라, 배터리 소재 재료 및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소비자가 직접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친환경차는 현실의 문제점을 감안하여 상황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 금지정책이 정치적으로 요란하게 발표만 되었을 뿐 법적 근거가 명확히 마련된 것은 거의 없다. 또한 친환경차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책은 나라마다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력발전 용량이 국가 전력소비량을 초과하는 노르웨이가 강력한 전기차로 정책을 전환한다거나 천연가스전을 대규모로 개발하는 이스라엘이 천연가스를 차량 에너지로 연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은 미래 자동차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한 강력한 정책을 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규모 세일가스전의 개발과 더불어 석유에너지 생산량 세계 1위를 앞세워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하여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시장성장의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충전 인프라를 감안한다면 과연 나라마다 엄청난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전기차의 비율은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한 카셰어링 서비스(이 경우 충전 인프라의 설치가 다소 용이)의 확대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하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보면 자동차의 동력원은 20세기 이래 유지되던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자동차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와 이해관계에 따라 공존과 경쟁의 시대로 전환된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변화의 추이는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전반의 변화에 따라 유동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동차정책은 어떨까?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추진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저탄소, 친환경차에 집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분위기를 반영하여 저탄소협력금제도 추진과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정책, 공공기관의 친환경차 우선구매와 R&D 자금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유럽의 강화된 규제 수준에 발맞춰 시행하고 있다. 2017년 9월, 국회에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및 탄소 무배출 자동차보급 활성화 관련 결의안과 친환경자동차 개발 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올해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무공해자동차 의무판매제도 도입 역시 제안된 상태다.
이러한 법안은 국가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보류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론화에 따른 논의의 길을 열어놓고 있어 향후에도 지속적인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이며 세계적인 경쟁력과 지속성장을 견인해야 할 분야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변화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단순한 논리로 일방적 정책이나 규제를 통해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와 같은 ‘선택과 집중’이 통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기술에 대한 균형 있는 투자를 통해 대처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업계, 학계 및 전문가 등이 함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위한 가칭 ‘민관공동 자동차산업 지속성장 전략위원회’를 발족하여 미래 변화에 대응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