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의 감정을 공감하는 차, 손짓을 인식하는 차, 얼굴을 인식하는 차 …’
2017년 첫 주, 세계를 뒤흔들 콘셉트카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최대 IT·가전쇼 ‘CES 2017’ 무대를 장식했다. 모터쇼인지 가전쇼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 ‘행사의 꽃’인 기조연설만 봐도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과 마크 필즈 포드 회장 등 연설자 10명 중 2명이 자동차업계 CEO였다. 전자업계 대표인 스티브 몰런코프 퀄컴 회장 등 2명도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강연했다.
#‘축하한다! 이스라엘의 자랑!’
완연한 봄이 시작되기도 전인 3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이날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자율주행 기술 업체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 달러(약 17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자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나온 최고가 계약이었다.
올해 상반기 일어난 이 두 사건은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ICT(정보통신기술)와 자동차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그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앞세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고, ICT 업계는 새로운 기술 발전에 힘입어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와 ICT의 융합 그 중심에는 스마트 자동차가 있다. 스마트카는 아직 먼 미래로 느껴지는 로봇·가상현실(VR) 시대보다 훨씬 가까운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제4차 산업혁명 중 가장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정의한 스마트카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 편의를 높이는 차’다. 크루즈컨트롤 등 이미 다양한 첨단 기술을 장착한 신차는 이미 스마트카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스마트카는 인공지능(AI) 기능이 장착된 커넥티드카, 운전자 조작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의 어떤 모습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카 시장은 2013년 기준 2240억 달러로 2018년까지 매년 7% 성장해 30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클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 IHS 는 202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커넥티드카 판매량이 2015년 2400만대에서 7250만대로 증가 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판매되는 차량의 69%가 외부와 데이터를 연결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 국가는 자동차와 ICT의 융합을 통한 고용, 매출 등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으며 스마트 자동차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해 자동차와 ICT 융합 플랫폼을 이용한 스마트카 개발과 자율주행차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인텔이 모빌아이를 인수했듯 글로벌 ICT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 업체나 전자장비·부품 업체에 눈독을 들이며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조원을 투자해 올해 3월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 업체이자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업체인 하만을 인수했다.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12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업체인 ZKW를 인수하며 전장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 ‘웨이모(Waymo)’를 설립했다.
반면 자동차 업체는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모든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부문 연구를 진행중이며 현대자동차의 ‘지능형안전기술센터’처럼 개별적인 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카 개발의 흐름은 ICT와 자동차 업체의 경쟁 구도가 아닌 두 산업이 함께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제 대부분 ICT업체는 기술 연구가 목적이지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과 차량을 연결해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화면을 띄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를 현대기아차, 볼보, 벤츠 등 40여개 브랜드에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5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면서 “자율주행 솔루션을 실제 도로에 적용해보는 선행연구일 뿐"이라며 전장부품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토요타자동차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과의 협업을 통해 AI 엔진 ‘클로바’를 탑재한 차량 서비스를 내년에 선보이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 음성인식을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공동 개발했으며 9월 출시하는 제네시스 G70에 가장 먼저 탑재할 예정이다. 포드자동차와 폭스바겐 등은 미국 아마존의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가 탑재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서버형 음성인식 작동 과정, (출처 : 현대차 제공)
특히 스마트카 중 하나인 커넥티드카의 경우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차세대 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통신사들과 자동차 업체의 공동 개발도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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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와 자동차산업 간의 ‘합종연횡’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 어떤 연합이 승기를 들게 되는지에 따라 향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도 변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