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자율주행 커넥티드, 모빌리티 등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이끌 트렌드 변화 대응부터 향후 20여 년 간 주력 동력원 역할을 할 내연기관 기술향상 등 기존 기술까지 자동차산업이 수행해야 할 연구 분야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인 GM의 군산공장 폐쇄도 GM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행과정 중 일부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GM 역시 전동차와 자율주행 시스템, 모빌리티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 확보를 위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해외공장을 선별하여 철수하고, 최근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승용차 부문을 축소하는 등의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모듈화와 플랫폼 공유를 통한 제품개발 및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사업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이를 전동차 및 자율주행차 개발, 공유경제 플랫폼업체 인수 등 자동차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R&D 통계에 의하면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비와 R&D 집중도(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업계 연구개발비 탑50 업체들을 분석해보면 2016년 연구개발비는 1,051억 유로(약 137조9,143억 원)로 2006년 591억 유로(약 77조5,522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R&D 집중도도 2016년 4.6포인트로 2006년 4.1에 비해 0.5포인트 높아졌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세계 2,500대 연구개발투자 기업에 따르면 자동차업체들은 전 세계 연구개발투자의 1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속한 업체들의 R&D 집중도는 4.4로 산업 전체 4.1에 비해 0.3포인트 높다.
폭스바겐은 연구개발비로 136억 유로(약 17조8,461억 원)를 지출하여 2,500개 기업 중 1위를 차지하였으며 GM이 76억 유로(약 9조9,728억 원; 11위), 다임러가 75억 유로(약 9조8,416억 원; 12위), 토요타가 75억 유로(약 9조8,416억 원; 13위)를 지출하였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29억 유로(약 3조8,054억 원)로 글로벌 5위 자동차생산업체의 위상에 비해 연구개발투자비용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절대적인 연구개발비용은 물론 R&D 집중도도 역시 2.6으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론은 최근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 및 판매 부진에 따른 부품업체들의 경영악화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인한 연구개발투자 부진 또한 미래 자동차 대응 미흡으로 이어져 더욱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
한편 기존 내연기관의 지속적인 성능향상과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로의 진입에 따른 친환경, 고안전, 고편의 기술개발 경쟁 가속화로 자동차업계의 연구개발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업체들은 연구개발 투자 부담을 낮추고 신기술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 급변기에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 시장 확대를 이유로, IT와 SW, 공유플랫폼 등 이종 산업업체들은 신시장 진입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제휴와 M&A를 선호하고 있다.
KPMG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자동차산업의 M&A는 654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자동차업체와 이종업체 간의 M&A 거래건수는 529건으로 자동차산업 전체 거래건수의 80.9%를 차지했다.
물론 자동차업체들이 인수한 피인수 기업들은 기존 자동차산업에 속한 업체들이 가장 많지만 정보통신과 기계장비, 전기전자, 유통업체 순으로 자율주행, 전기동력차, 차량공유 등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체들은 자동차산업이 기존 제조영역에서 모빌리티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에 대비해 관련 서비스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다임러는 9개의 기업을 인수하였는데 차량공유 서비스와 위치정보 등의 스타트업 기업들로 향후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포드는 2017년 인공지능 업체인 아르고(Argo) AI를 인수하고 개발 중인 가상 운전자 시스템에 로봇 공학 기술과 AI 소프트웨어 등을 접목시키고 있다.
한편 반도체와 통신, 차량공유업체 등 이종업체들이 자동차산업과 연결고리 확보를 위해 활발하게 인수합병과 제휴가 일어나고 있다. 2016년 퀼컴은 차량용 반도체와 근거리 무선통신칩 제조업체인 NXP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는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전장부품 관련업체를 인수하였다.
인텔은 2017년 153억 달러(약 17조824억 원)에 카메라센서 업체인 모빌아이를 인수하였고, BMW와 콘티넨탈 등 자동차업체들과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텐센트와 바이두 같은 중국 인터넷기업들도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텐센트는 전기차업체인 테슬라 지분을 5% 인수하였고, 초정밀지도기업인 히어(HERE)의 지분을 10% 인수하면서 위치기반서비스 개발과 자율주행차용 고정밀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아폴로(Apollo)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두도 라이다 개발업체인 벨로다인(Velodyne)에 투자하였다.
반면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기술개발 전략을 독자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종업체와의 제휴나 인수합병은 소극적이다. 2017년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인수합병은 34건이고 해외기업 인수도 부족하다.
전기동력과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의 트렌드 변화로 부품 및 IT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IT와 SW업체, 통신 및 콘텐츠업체의 신규 진입이 가속화되는 개방형 산업구조로 변화하면서 합종연횡이 중요해지고 있어 독자기술개발 전략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자체 경쟁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기술제휴와 해외업체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위해 미국 오로라(Aurora)와 자율주행 기술개발과 스마트시티 사업 협력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오토톡스와 함께 커넥티드카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통신 칩셋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고 미국 레이더 개발업체인 메타웨이브(Metawave)에 투자하였다.
현대차는 전장부품업체 4~5곳에 대한 M&A를 검토 중이다. 중국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 딥글린트와의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바이두의 자율주행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해 차량공유업체인 레브(Rew)와 그랩(Grab)에 투자를 단행하고 전략적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기동력화와 자율주행차 개발 초기단계에는 기존 자동차업체들과 구글, 테슬라, 애플 등 새롭게 자동차산업에 진입하려는 업체 간의 미래 자동차산업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전개되었다. 현재도 이들 업체 간의 헤게모니 경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각자의 경쟁우위 분야를 협업을 통해 입지 강화 방안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기동력차, 자율주행차 개발은 독자적으로 이루기에는 어려운 분야다. 때문에 자동차업체들과 IT, SW 업체 간의 수평적 협력이 필요하며 오픈 플랫폼 경쟁을 통해 협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얼마나 풍부하게 할 것인가가 향후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