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자동차 내수시장은 90만 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0.3% 감소했다. 내수시장은 2015년부터 연간 180만 대 시장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적어도 자동차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이다. 이는 노후차량이 증가하면서 교체수요가 꾸준히 나왔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선진국과 같이 안정적인 내수시장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차량 가격 또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추세를 따라 SUV 인기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ADAS(첨단운전보조장치) 등 고가 선택사양의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는 현대기아차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폭스바겐의 판매가 재개되면서 수입차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판매가 전년대비 각각 2.8%, 4.9% 증가했다. 현대차는 출시된 지 18개월이 넘은 그랜저가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신형 싼타페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신형 K3의 호조와 페이스리프트 된 쏘렌토, 카니발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기아는 페이스리프트 된 카니발 등의 호조로 상반기 판매가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한편 수입차도 상반기 18.6%나 성장하며 질주를 이어나갔다. 수입차 점유율은 6월 기준 15%를 기록해 2017년 13% 수준을 넘어 올해 역대 최고 점유율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3사는 상반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상반기 판매가 전년대비 각각 41.5%, 22.6%나 감소했다. 쌍용차도 티볼리와 G4 렉스턴이 선방했음에도 상반기 판매가 3.7%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와 현대기아차의 양강체제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업체별로 이슈가 엇갈리면서 하반기에는 내수시장의 점유율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개별소비세의 연장여부와 폭스바겐의 회복세 지속, 한국GM의 위기극복, BMW 화재에 따른 판매동향, 그리고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수성 여부 등 5가지 포인트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7월 19일 다시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개별소비세가 기존 5%에서 연말까지 3.5%로 낮아진다. 개별소비세는 2000년 이후 6차례 인하된 바 있으며 그때마다 자동차 판매를 견인했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로 하반기 자동차 판매가 촉진되며 올해 사상최대의 판매가 예상된다. 직전 최대 판매는 개별소비세가 인하됐던 2015년 183만 대다. 당시 2015년 12월에 인하가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6개월 연장됐다. 이번에도 연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폭스바겐의 회복세가 무섭다. 2015년 11월 배기가스 스캔들 관련한 환경부의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이후 2017년 말에는 아우디가, 2018년 초에는 폭스바겐이 차례로 판매를 재개했다. 폭스바겐은 대표모델인 티구안, 파사트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고 있으며 아우디 또한 A3의 파격적인 할인판매 마케팅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GM과 쌍용,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에 맞설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아성을 위협할 유일한 대항마로 폭스바겐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5월,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에 합의한 이후에도 판매량 부진에 빠져있다. 특히 싼타페의 대항마로 야심차게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가 가격 논란으로 인해 생각보다 초기반응이 저조하다. 향후에도 신차 배정을 약속한 상황이나 가격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 저하로 판매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초기반응이 저조했던 쉐보레 이쿼녹스. 한국GM은 하반기 판매회복을 이뤄야 한다
BMW의 화재 사태가 겉잡을 수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연일 화재가 보도되는 가운데 화재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운행금지에 이어 소비자단체들의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정부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굳건했던 BMW의 판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단 BMW 사태의 반사이익은 벤츠를 포함한 다른 수입차에 집중되면서 수입차 성장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도 싼타페와 그랜저의 판매가 점점 저조해진다는 점이 고민이다. 막강한 두 모델로 수입차 성장세에 맞서 내수시장 점유율을 방어했으나, 하반기에는 두 모델 모두 월 판매가 1만 대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두 모델을 대체할만한 볼륨모델인 신형 쏘나타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되기 때문에 당분간 아반떼와 투싼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점유율을 방어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