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경제는 순환 경제 성격이 매우 뚜렷하다. 러시아는 한동안 현대화되지 못한 생산 라인과 천연 자원에만 의존하는 현실로 인해 경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과 정부 지원 정책, 현지 자동차 생산 등이 어우러져 2017년 한 해 동안 160만 대의 경량차를 판매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18년부터 회복세로 들어간 러시아 자동차(LV, Light Vehicle 기준) 시장이 2023년까지 연평균 7.7%의 성장률을 보이며 240만 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신차 시장의 부활로 현재 판매비율이 3.3%인 중고차 시장이 2023년에는 2.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기동성을 갖춘 큰 차량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SUV 부분이 경량차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량차(LV) 분포도를 보면 현재 러시아 경량차 시장은 러시아 중앙과 볼가 연방 지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신차 판매에서 이 두 지구는 전체 판매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중앙 지구에서의 탑3 브랜드는 기아, 라다, 현대이고, 볼가 지구에서의 탑3 브랜드는 라다, 기아, 르노 순이다.
러시아 시장의 특이점은 낮은 구매력으로 인해 신차 구매 비율보다 중고차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중고차에서도 중앙과 볼가 연방 지구가 각각 25.7%, 18.7%를 차지하며 전체 45%를 차지하고 있지만 극동 지역이 신차대비 중고차 비율이 가장 높다. 중고차 시장에서 탑3 브랜드는 중앙 지구 라다, 포드, 폭스바겐이고 볼가 지구의 경우 라다, 쉐보레, 현대 순으로 나타났다. 카셰어링인 카팍(CAR Parc) 역시 중앙 연방 지구가 전체 29%를 차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15년 이상 된 자동차 비율도 46%에 달한다.
러시아는 자동차 시장의 규제 변화를 통해 경량차 시장 환경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중 핵심 변화는 바로 ERA-글로나스(ERA-GLONASS)의 의무화다. 러시아는 2017년 1월부터 모든 신차에 ERA-글로나스(러시아가 개발한 위성위치추적 시스템)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드는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수요가 낮은 브랜드들은 시장을 떠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엔진 출력 기준으로 승용차에 소비세를 부과하는데, 그 세수가 매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량차 중 90마력 이상의 차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폐차나 보상판매를 시행해왔고 2017년에는 175억 루블(약 3,116억7,500만 원)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2018년부터는 예산을 줄였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더 많은 인프라 개발 여부에 달렸다. 러시아는 올해까지 전기차 충전소가 1,000여 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폐지됐던 전기차 수입관세를 다시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2013년부터 적용되는 차량의 재산세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플릿 판매(관공서, 기업, 렌터카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판매)를 주로 하던 OEM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23년까지 러시아 경량차 시장에 영향을 끼칠 트렌드로 카셰어링 시행과 전기 자동차의 수요 증가, 온라인 판매 플랫폼 정착 등 3가지 요소를 꼽았다.
현재 러시아는 카셰어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모스크바의 카셰어링 시장 규모가 4배 이상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러시아는 자동차 리스와 신용 보조금 지원 예산이 200억 루블(약 3,562억 원)을 투입해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카셰어링 시장이 더욱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기차의 생산과 구매, 인프라 구축, 무료 주차 등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지원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19년 극동 FD에서 전기 자동차 생산을 위해 프로메테우스 공장이 가동될 것이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에 5억 루블(악 89억500만 원)을 투입했다. 또한 테슬라가 러시아 LV 시장에 공식 진출(현재 비공식 판매업체를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공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다)하면서 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르노와 파보리트(Favorit)가 구축한 플랫폼에서 차량을 비교할 수 있고, 온라인 예약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OEM과 딜러들이 차량과 액세서리 판매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부터 경량차 생산이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판매와 생산 기회를 모두 갖춘 글로벌 OEM사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를 노리는 경쟁사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기동안 OEM사들이 수요가 낮은 모델을 철수시켰고, 티어 Ⅱ, Ⅲ 공급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러시아는 2023년까지 트렌드를 이끌 티어 Ⅱ, Ⅲ 공급사 시장을 개발해 현지화 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기술과 R&D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기 자동차 인프라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 경량차 시장은 한국 브랜드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는 볼가 지구에서 탑3 브랜드, 기아는 중앙 및 볼가 지구 모두에서 탑3 브랜드에 들었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모델은 현대 솔라리스(엑센트), 기아 리오 등으로 현지화 비율이 47%에 이른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하지만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불안한 경제 상황과 여전히 높은 중고차 수요(2023년 신차 1대당 중고차 2.6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뚜렷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