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 정책은 판매량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들도 가격 정책에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입할 때, 동급 내에서 더 마음에 드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차량 구입 패턴을 보면 동급 안에서만 비교하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같은 차종(세단, RV)안에서 여러 차급을 비교하는 비율이 2012년 37%에서 2017년 42%로 5% 정도 높아졌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한 단계 위의 차급 정도의 가격차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SUV의 강세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이는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국산차 구입 고객에게 국산 SUV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산차 세단 구입자 중 SUV 구입을 동시에 고려한 비율이 2012년 5%에서 2017년 10%로 증가했다. 최근 SUV 모델은 훨씬 더 다양해지고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 국산 세단 구입자들도 SUV를 고려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수입차의 점유율 증가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2012년 10%에서 2017년 15%로 늘어났다. 이를 반영하듯, 신차 구입자 중 국산차와 수입차를 동시에 고려한 소비자가 2012년 8%에서 2017년 14%로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브랜드는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대응하는 가격 정책을 세우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실제 국산 준대형급 차량과 수입브랜드 중형차를 비교해보면, 가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할인까지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 줄어든다. 아래의 표를 보면 할인금액 반영 가격을 기준으로 2012년 수입 중형차와 국산 준대형 차량의 가격차는 16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7년에는 오히려 수입 중형차가 63만 원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대로 인해 이 두 차급을 동급으로 여기고 서로 경쟁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국산 대형급 차량과 수입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격 기준으로는 가격 차이가 600만 원 조금 넘게 차이가 났지만 할인금액을 감안하면 차이는 500만 원 정도였다. 즉, 소비자들에게 이 두 차급은 이미 가격적으로도 충분한 비교 대상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소비자는 여러 가지 차급을 고려하면서 점점 더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반대로 자동차 브랜드는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대응하는 가격 정책을 세우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본인이 정한 예산 안에 있는 하나의 차급에서 모델을 선택하지 않는다. 본인이 정한 예산에 맞는 매우 다양한 차급에서 모델을 찾고 있으며, 그 예산의 폭도 훨씬 탄력적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패턴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제 브랜드들도 해당 모델이 어떤 차급의 모델과 경쟁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진단하고, 소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모델별 가치와 합리적인 가격차를 분석한 가격 정책을 세워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