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처음 등장한 지 어느덧 130년이 넘었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의 획기적 변화와 함께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과거의 자동차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앞바퀴 혹은 뒷바퀴만 굴리면 됐을 텐데, 바퀴 네 개를 모두 굴리면 험로에서 더 유리하다는 걸 어떻게 생각했을까? 엔진에다가 수퍼차저를 더하면 커다란 기계덩어리를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겠다는 허황된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됐을까? 정말,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는 걸까? 자동차 역사를 바꾼 신기술. 1986년~1940년대, 1950~1970년대에 이어 이번 호는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1980년~2000년대에 등장한 자동차 신기술을 찾아보았다.
터보차저 2개를 가질 수 있는데 왜 터보차저 1개에 만족하는가? 1982년 마세라티 바이터보가 출시되기 전까지 아무도 트윈터보 양산차를 만들지 않았다. 결국, 마세라티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기술을 개척한 것이다. 바이터보는 V6 2.0L 트윈터보 가솔린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80마력을 발휘했다. 지금이야 그리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나름 출중한 성능이었다. 실제로 198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자마자 1000대가 판매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마세라티 바이터보
지금은 자동차 필수 사양으로 꼽히는 내비게이션. 어떤 곳이든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주기 때문에 각박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겐 너무나 고마운 기능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처음부터 이렇게 똑똑했던 것은 아니다. 혼다는 1982년 어코드에 ‘일렉트로 자이올게이터’(Electro Gyrogator)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달았다. 위성 내비게이션은 아니었다. 내장된 지도 위에 현재 자동차의 위치를 나타내고 나침반과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대략적인 주행 방향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거의 팔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기계로만 연결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 물리적인 장치를 넣어야 하므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설계의 자유도가 떨어진다. 더불어 내구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대신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된다. BMW는 1987년 750Li(E32)에 세계 최초로 전기신호를 활용하여 가속하는 ‘스로틀 바이 와이어’(Throttle-By-Wire) 시스템을 넣었다. 지금은 이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대부분 자동차에 들어가지만, 당시 750Li는 획기적인 기술이 접목된 차였다. 또한, 유럽에서 처음으로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둔 자동차이기도 하다.
내장 내비게이션에 관한 생각은 1950년부터 시작됐지만 1990년에 마쯔다가 미국 공군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을 이용한 위성 내비게이션을 채용하고 나서야 현실이 됐다. 그러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에 군용 GPS만큼 뛰어난 민간용 GPS를 만들라고 요청하기 전까지 위성 내비게이션은 그렇게 정교하지 않았다.
마쯔다 에우노스 코스모
뷰익은 1956년에 후방 카메라를 단 센추리온 콘셉트를 선보인 적이 있지만, 1991년까지 양산차에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상상을 담은 콘셉트카였고, 카메라 역시 너무 비싸 실용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세계 최초로 후방 카메라를 단 양산차는 토요타 소아라다. 리어 스포일러에 카메라를 달고 대시보드에 있는 컬러 스크린을 통해 뒤를 비췄다.
트윈터보 엔진이 나온 지 10년 후 부가티는 세계 최초로 4개의 터보를 단 로드카를 만들었다. 지금도 쿼드터보는 익숙지 않은 사양이긴 하다. 부가티 ‘EB110’은 3.5L 12기통 엔진에 쿼드터보를 적용해 최고출력이 560마력에 달했다. 0→시속 100km 가속은 4.5초, 최고시속은 341km. ‘당시 가장 빠른 양산차’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6개 터보를 얹은 엔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부가티 EB110
미쓰비시는 1995년, 디아만테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비슷한 기능을 넣었다. 가속과 변속만 되고 브레이크는 지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완전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W220)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발전한 S클래스는 현재 반자율주행차에 버금가는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양산차는 쉐보레 볼트/오펠-복스홀 암페라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회사인 BYD는 그보다 2년 앞서 중국시장에 PHEV 모델 F3DM을 내놨다. 그중 일부는 유럽시장에 건너가기도 했다. F3DM의 최대 항속 거리는 전기차 모드일 때 약 100km, 하이브리드로는 330km 이상이었다.
BYD F3DM
그동안 자동차는 12V 전압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복잡한 전자장비(전자제어 안티롤바, 전자제어 터보 등)를 더하면서 더 큰 전압이 필요하게 됐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아우디 SQ7보다 조금 앞서 48V 전압시스템을 채용한 차다. 육중한 덩치를 가졌음에도 48V 액티브 롤링 컨트롤인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시스템’ 덕분에 뛰어난 주행 안정감을 선보인다.
자동차에 전자장비가 넘쳐나는 시대다. 포드는 3세대 포커스 RS에 처음으로 드리프트 모드를 넣었다. 이 기술은 차의 움직임을 적당하게 만들고 출력을 점차 높인다. 또한, 코너를 돌 때 어느 정도 각이 생기면 반대쪽에 록을 걸어 차의 뒷부분을 미끄러지게 만든다. 레이서가 아니어도 이 드리프트 모드를 이용하면 일반인도 드리프트 선수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포드 뒤를 이어 비슷한 기능을 넣기 시작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