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보호무역조치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 바로 철강과 자동차다. 철강산업은 전통적으로 미국 내에서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산업이며, 자동차는 미국의 상품 무역수지 적자에 최대로 기여하는 산업이다. 2017년 기준 미국의 세계 무역수지 적자는 7952억 달러(약 852조8520억 원), 이중 승용차(HS 8703)의 무역수지 적자가 1235억 달러(약 132조4537억 원)에 달한다. 승합차와 자동차 부품 분야의 적자를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시절부터 미국의 상품무역수지 적자 원인을 무역 상대국들의 불공정한 무역과 관행 탓으로 돌리고 재임기간 적자폭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철강산업은 수입산 철강제품을 제한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덤핑·상계관세를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안보위협을 근거로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여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산업은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역 상대국을 압박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협정 개정을 요구했다.
미국은 1995년 발효된 NAFTA의 경우 광범위한 분야의 개정을 목표로 협상을 개시하여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미 FTA는 개정 협상이 올해 1월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월 말에 양국간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 이전부터 미국 측의 주요 관심사항이 자동차 분야일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합의된 첫 번째 사안은 미국의 시장규모가 크면서 민감한 분야인 화물자동차(픽업트럭)에 대한 관세철폐기간 연장이다. 최혜국 대우(Most favoured nation; MFN) 평균관세율이 2%대인 미국에서 화물자동차에 대한 MFN 관세가 25%에 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민감성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018년까지 유지하다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 협상을 통해 20년을 더 연장하여 2041년에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 외에 안전 및 환경기준 관련하여 미국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였다.
한미 FTA 협정에는 전년도 한국 내 판매물량이 2만5000대 이하인 제조사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했을 때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다고 인증을 받으면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 협상을 통해 제작사별 판매량 2만5000대를 5만 대로 상향 조정하였다. 또한 연비/온실가스 관련 우리나라의 현행 기준을 유지하고 2021년 이후의 차기 기준을 설정할 때는 미국의 기준을 포함해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하고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한미 FTA 개정을 통해 적자폭이 가장 큰 자동차 분야의 자국 시장 접근을 일부 제한해 무역수지적자를 해소하고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접근 개선을 이끌어냈다.
미국은 NAFTA 개정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의 수입을 제한하는 ‘특혜 원산지 규정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의 역내 무역 촉진이라는 명목으로 미국은 특혜 원산지 규정을 통해 역내에서 부가가치를 생성하고 역내산 원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미국은 자동차에 대한 역내산 부가가치 기준을 현행 62.5%에서 85%로 상승시킬 것을 요구했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75%로 하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는 NAFTA 개정 협상이 타결되어 발효될 경우 멕시코에서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매우 높은 수준의 특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미 FTA와 NAFTA 개정 협상이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자동차 분야 통상 압력은 어떠한 형태로든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은 여러 국가들의 비관세장벽 때문에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접근이 제한된다는 것을 문제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비관세장벽은 FTA라는 협정의 틀을 벗어난 이슈가 많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앞으로도 국내 자동차 관련 각종 규정과 제도에 대한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기조는 단기간 내에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