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령화’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이미 ‘저출산’과 함께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가 우리나라다. 몇 년 전부터 고령화에 따른 여러 사회·문화·경제적 변화를 예상하는 전문가 의견은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지만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변화, 즉 고령화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고령화’는 미래의 얘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2005년의 한국사회는 청장년(20/30대)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2015년은 중장년(30/40대)가 주류이며 앞으로 8년후인 2025년에는 중노년(40/50대)이 주류로 예상되고있다[그림1]. 통계청의 전망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후의 한국사회의 주류는 노년층(50/60대)이 될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자동차구매에도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2011년과 2016년 국내 자동차 구매자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30대 비중이 하락(29%→26%)하여 40대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5년 사이에 20/30대 청장년층 비중은 5%p가 감소했으며, 50/60대 노년층 비중이 5%p가 증가해 청장년층 수요를 대체했다. 그리 길지 않은 5년간의 변화치고는 심각하게 빠른 진행 속도이다.
노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더해 20/30대의 자동차 구매 욕구 저하도 자동차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인 컨슈머인사이트(대표: 김진국)의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첫차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2016년 35세로 2010년의 31세에 비해 4세나 증가했다.
즉 청장년층(20/30대)의 자동차 구매 욕구 및 행동이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동수단에 대한 인식변화(소유→카셰어링), 라이프스타일 변화 같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같은 기간 20대 실업률의 증가와도 적잖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첫차 구매자 연령의 증가는 자동차 수요 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차 구매 유형 중(신규-대체-추가) ‘신규’ 구매의 비중이 2010년 19%에서 2016년 14%로 5%p 감소했다. 신규 구매 비중의 감소는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산업 수요의 정체/감소의 전조로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도 더 이상 성장기가 아닌 정체기에 맞는 정책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12년 이후 국내자동차시장은 경차, 소형, 준중형 승용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큰 차, 비싼 차, 다용도 차가 트렌드를 형성했던 가운데서도 준중형 이하 승용 수요를 떠받치고 있던 20/30대가 구매력저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SUV(특히 소형 SUV)로 대다수 구매를 변경했다.
구매욕구가 저하된 20/30대 중 자동차 구입자는 YOLO족(You Only Live Once: 인생은 단 한 번, 작은 사치 추구 문화)만이 남은 것은 아닌지 씁쓸한 추정을 해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자동차수요 중 가장 비중증가가 예상되는 연령대는 50/60대 노년층이다. 하지만 자동차메이커의 상품∙마케팅플랜에서도 노년층은 지금까지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변화에 비슷한 속도로 대응하기 쉽지 않았겠으나 이제부터라도 자동차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자리잡고 있는 50/60대에 대한 이해와 상품·마케팅 대응이 속도를 낼 때이다.
필자는 몇 년 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에서 노년층의 자동차 니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연구결과 해당 국가의 은퇴한 노년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년층유형(Segment)은 액티브 시니어층(Active Senior Seg)이었다.
액티브 시니어층, 이들의 평균적인 모습은 ‘적극적 취미활동’, 활발한 사회활동’, ‘IT/학습에 대한 적극적 수용’ 등으로 정리됐다. 또한, 이들의 니즈는 ‘젊음’, ‘향수’, ‘자아’ 등으로 요약됐다. 즉 연구자의 선입관하고는 달리 노년층이 바라는 자동차는 신체적 노화를 보완해주는 기능적인 면이 강화된 차만큼이나 감성적인 니즈(특히, 젊음과 향수)를 충족해주는 자동차에 똑같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50/60대 노년층은 어떤 모습, 어떤 욕구를 지녔을까, 또 이들은 몇 세까지 어떤 차를 타고 바꾸길 계획하고 있을까? 자동차의 주 수요층으로 자리 잡을 노년층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결과가 목마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