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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VOL.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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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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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내 인생의 차, 모터스포츠와 더불어…

‘내 인생의 자동차는 무얼까. 처음 산 차? 추억이 깃든 차?’ 이 글을 부탁 받고 흥미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내 삶과 자동차가 연관된 가장 강렬한 기억을 되짚을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 나는 한 자동차 잡지에서 모터스포츠 담당 기자로 일했다. 당시 기준으로 근사한 출입처는 아니었다. 자동차경주장조차 없던 그 시절, 국내에서 카레이싱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다룰 법한 이색 종목 취급을 받았다. 어쩌면 그래서 막내급이던 나에게 그 일이 줬는지도 모른다.

1995년 가을, 쥐구멍에 볕이 들 듯, 행운이 찾아 왔다. F1 그랑프리 현지 취재로 일본에 가라는 것이었다. 아일톤 세나의 시대가 비극적으로 저물고, 지금은 전설이 된 슈마허가 신인으로 막 두각을 나타내던 시절이다. 처음에는 이 출장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징조는 셔틀버스에서 내려 스즈카 경기장 입구로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긴 행렬을 따라가는 언덕길 진입로에서부터 어디선가 들려오는 경주차의 엔진음이 귀를 타고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이건 뭐지?’ 한 발 한 발 트랙으로 다가갈수록 그동안 글로 배운(?) 얄팍한 모터스포츠 지식이 껍질처럼 부서지며 거대한 문화충격이 몰아쳤다.

생전 처음 마주한 포뮬러원의 현장. 10만 관중 앞에서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내달리는 경주차들이 나를 반겼다. 절대적인,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압도감이었다. 영화 <벤허>에 나오는 로마 시대의 전차 경주가 재현된 듯했다. 무엇보다 구름처럼 모여든 관중들의 열기에 놀랐다. 그들은 마치 아이돌 팬덤처럼 종교에 가까운 충성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드라이버와 차였다. 이날의 경험은 일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열정의 동기가 잉태된 것이다. 3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현장에서 받은 시청각적 흥분을 말과 글로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날 이후 내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문화의 한 축을 이룬 아이콘이 되었고, 모터스포츠는 차의 모든 가치를 고밀도로 농축한 존재로 격상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바퀴가 네 개 달린 쇳덩이에 불과할지 모르는 자동차에 숱한 감정적 의미를 부여해 왔다. 누군가는 나만의 이름을 붙이며 의인화를 하고, 누군가는 음악이나 사진처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로 인식해왔다.

그러한 특별한 존재가 경쟁하는 무대가 바로 자동차경주이고, 이에는 본능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조건들이 녹여져 있다. 전차 경주시대 로마인을 흥분케 한 속도 경쟁의 본능이 서킷이라는 무대로 장소를 옮겨서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1995년 가을에 내가 받은 충격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현대 문명의 집약적 총아인 제조 기술과 공정한 경쟁을 본질로 하는 스포츠 정신의 결합이 만들어낸 인류 도전의 역사를 한순간에 직면한 셈이니 말이다.

25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당시의 기억을 재현할만한 장면을 보고 있다. 세계적 대회인 WRC에서 현대월드랠리팀이 매 경기 유력 우승 후보의 위상으로 각지를 질주하는 모습이다. 오늘날 멕시코에서 포르투갈에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중들이 현대 i20 경주차가 거친 흙길을 잡아채는 모습에 열광한다. 20대 시절 내게 충격을 안겼던 주인공들은 모두 외국 브랜드였고, 그들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던 시선이 이제 우리나라 차로 옮겨가고 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내 인생의 차는 무얼까. 나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 가치를 두기로 했다. 스즈카에서 본 꿈같은 장면을 ‘우리의’ 현실로 만들어 준 오늘의 차.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대표의 권위를 부여해도 좋을 i20 월드랠리카다.

김재호
대한자동차경주협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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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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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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