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은 자동차와 IT회사 간 합종연횡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 자동차와 IT회사 간 협업이 없으면 ‘움직이는 컴퓨터’ 격인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당시 CES 2016 전시회 현장에 직접 가서 가장 눈에 띈 합종연횡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반도체 업체들의 차량용 컴퓨터, 안전한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센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활용을 위한 내비게이션 등 다양했다. 자율주행차 솔루션 구현이 IT업체들의 주된 전략이나 다름없었다.
이중 눈에 띄는 합종연횡 전략은 바로 LG전자와 폭스바겐 간 ‘스마트 홈’ 시스템 전략이었다. 폭스바겐 부스에는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개념도가 아주 크게 부착됐다. 이전까지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사태로 크게 곤혹을 치렀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기차나 스마트카 산업 육성이 불가피했다. 제대로 된 스마트카 솔루션 구현을 위해서는 가전 분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LG전자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폭스바겐과 LG의 협업사례
폭스바겐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CES 2016 부스 한복판에 LG전자에서 직접 만든 메탈 타입의 냉장고를 배치했다. 향후 스마트카가 발달되면, 자동차 내부에서도 냉장고의 온도, 음식 보관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폭스바겐의 이같은 시도는 다른 IT업체 또는 완성차업체와 차별화된다.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IT업체와 통신업체 등과 손잡아 보다 안정화된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는 BMW, 인텔, 모빌아이의 3자간 협약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시스코와 손을 잡아 스마트홈과 융합되는 미래형 자동차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IT 관련된 지식과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보다 열린 마음으로 IT업체와 손잡는 게 필수가 됐다. 만일 독자적으로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해 움직인다면, 시간 및 인력적인 부분에서 큰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체들은 이 점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IT업체와의 합종연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합종연횡 전략을 취하게 된 자동차업체들과 IT업체들은 이제부터 어떤 노력을 기울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차별화’다.
업체 입장에서는 ‘차별화’가 부담스럽게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에 가장 필요한 ‘안전’과 자동차 효율성 개선을 기반으로 둔 ‘차별화’라면 소비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 구현에 가장 좋은 사례를 남긴 업체는 바로 신호등 인지 기술을 통해 차량 연비 개선을 이끈 포드다. 포드는 지난해 11월 총 227억원을 들여 정지 신호에 걸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주행 할 수 있는 기술(Green Light Optimal Speed Advisory)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 영국 최대 규모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 시험 프로젝트인 ‘UK Autodrive'와 협약하기 시작했다.
포드가 개발중인 ‘정지 신호 없는 주행 기술’
정지 신호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누구나 생각하지 않은 가장 혁신적인 연구 접근 사례로 평가받는다. 만일 이 기술이 실현된다면, 도심 주행 시 정체와 신호로 인한 연비 감소 우려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상용화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캥거루 감지 기술을 선보인 볼보의 사례도 ‘차별화’ 전략의 가장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차량 레이더가 캥거루의 움직임을 발견하면 0.05초만에 차량 내부 시스템에 명령을 보내 충돌을 방지시키는 기술이다. 움직임이 불규칙한 캥거루의 움직임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은, 향후 예상치 못한 사고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현재 다양한 자동차에 탑재되고 있는 긴급자동제동장치(AEB)의 발전형 모델을 볼보가 내세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음성인식을 활용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는 기술을 올해 개최된 서울모터쇼에 선보였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스마트홈 연동 기술을 선보였지만 외국 업체의 움직임에 비해 한 박자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차별화된 자율주행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차선의 중앙 유지 능력 향상을 돕는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이 차별화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스마트홈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대 구현을 위해서는 자동 차선변경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스템이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들이 테슬라 오토파일럿처럼 빠르게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어렵다. 이러한 연구개발 장벽을 완화시켜야만 전 세계적인 이목을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에 대한 장벽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다음 우리는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차별화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