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놓은 채 연인과 입맞춤을 나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화제를 모았던 운전중 키스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가 방영될 때만 해도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2017년에는 이를 의심하는 시선이 급격히 줄었다. 가장 큰 계기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인 CES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술업체들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앞다퉈 선진기술을 선보이며 자율주행 시대를 예고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20년을 전후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2020년~2021년을 목표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35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자동차 4대 중 1대는 자율주행차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내비건트 리서치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이밖에 운전자의 자유로움 보장, 사회환경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렇다면 각 완성차 브랜드들은 어떤 방향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까.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BMW, 메르세데츠-벤츠, GM 등 일부 완성차업체는 자율주행 5단계 중 운전자가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4단계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은 자율주행 기술을 0~5단계로 나누는데, 사실상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업계에 주어진 가장 힘든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최종 5단계는 운전자가 타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퓨처 버스, 시티파일럿 시스템을 적용한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 도심형 버스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 애플 등의 기술 기업을 제외한 전통적인 완성차 브랜드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은 다임러, 아우디, BMW, GM이 가장 앞서 있다. 그 뒤로는 볼보, 포드, 토요타, 혼다가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도전그룹에는 폭스바겐, 닛산, 재규어 랜드로버, 테슬라, 현대·기아차가 이름을 올렸다. 후발그룹에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마쓰다, 르노, 푸조·시트로엥, 미쓰시비가 포함됐다.
선두그룹에 있는 다임러는 트럭회사 최초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용차는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자율주행차는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고 물류비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임러는 지난 2014년 최초의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메르세데스-벤츠 악트로스 자율주행 트럭을 선보인 바 있으며 올해는 미국의 우버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F 015 럭셔리 인 모션 콘셉트카
BMW는 기존 IT기업들의 자율주행차와 달리, 단순한 이동의 목적이 아닌 '운전하는 사람'의 즐거움에 기준을 맞추고 모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BMW의 창립 100주년을 맞아 공개한 비전을 살펴보면 BMW의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제어하는 부스트(Boost) 모드와 자동차가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이즈(Ease) 모드로 나뉜다. 직접 운전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극명하게 둔 것이다. BMW는 인텔과 모빌아이와 손잡고 올 하반기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7시리즈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ES2017에서 공개된 BMW 자율주행차 콘셉트 디자인
추격 그룹의 토요타는 운전자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요타가 1월 CES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아이(愛)는 인공지능(AI)인 '유이'가 탑재돼 자동차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토요타는 안전과 환경, 새로운 감동 등 풍요로운 사회 만들기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드의 자율주행 개발은 2, 3단계에 힘을 쏟지 않고 오로지 4단계를 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자율주행 연구 차량이 헤드라이트 없이 어두운 사막 도로를 주행하는데 성공하면서 커넥티드 기술이 없어도 운전이 가능한 완벽한 자율주행 시대를 예고했다. 또 미국업체인 만큼 공유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는데, 2021년에는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라이드셰어링(ride-sharing)에 자율주행차량을 대량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도전그룹에 속해 있는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고도자율주행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특징은 겉모습으론 일반 양산 모델과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최소한의 센서를 탑재하고도 여러 돌발상황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지능형 안전 기술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양산화 및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 개발중이다.
CES2017 에서 정의선 부회장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 시승
후발주자로 꼽히는 르노는 2020년까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손을 떼고도 주행 가능한 자율주행차를 대중 자동차시장에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르노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무인 주행기술과 커넥티드카 기술이 시너지를 내도록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 10종을 개발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저마다 전략은 다르지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완성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됐다. 과거에는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하는 지가 관심거리였다면 이제는 일부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떻게 개발할 건지가 더 중요해졌다.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는 2020년에는 어떤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