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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VOL.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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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국산 소형차의 재발견

자동차회사에게 소형차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일본이나 유럽의 소형차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며 중대형차 시장 보다 경쟁구도가 훨씬 더 치열하다. 아쉽게도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는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점점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으며 중대형차와 SUV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소형차의 이미지는 매우 친근한 이미지였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꼽은 생애 첫 차는 주로 액센트나 프라이드 같은 차들이었다.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과 감각적이고 예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 소형차들은 한국의 모터리제이션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소형차들이 등장하면서 거리는 활기가 넘쳤고 자동차가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라는 인식에도 한 몫을 했다. 이런 현상은 고도의 압축성장을 기록하면서 자동차를 더욱 친근하고 부담 없는 존재로 각인시켰다.

1997년 IMF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도 소형차를 비롯한 경차들의 인기는 크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기업들이 줄줄이 넘어지고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작은 차들은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되었고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작은 차는 하나 둘 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500cc 미만 소형차와 경차들은 점점 운신의 폭이 작아졌고 그 자리를 중대형차와 SUV가 잠식하기 시작했다. 차체가 크고 작은 엔진을 탑재한 수입차들의 상륙과 경제성이 높은 디젤 엔진의 대중화도 국내 소형차 시장을 위축시키는데 한몫했다. 반면 국산 소형차들은 그 활약 무대를 해외로 옮겼다. 우리는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름의 자동차 문화 선진국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며 한국산 소형차는 경제를 다시 살려내는 수출 효자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산 소형차 유럽을 날다!

한국산 소형차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02년 무렵이다. 아반떼(수출명 란트라)와 엑센트를 필두로 현대자동차는 경차인 비스토와 라비타(수출명 매트릭스) 등 국내에서 소외된 소형차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꼼꼼한 완성도,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연비가 좋은 차를 선호하는 시장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은 한국 자동차 메이커가 만든 소형차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시장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소형차 시장이 가장 큰 곳으로 푸조와 르노, 폭스바겐, 유럽 포드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것에 초점을 둔 유럽 소형차 시장은 어쩌면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실제로 매년 유럽 자동차 시장 베스트셀러 모델을 살펴보면 10위권 내에 약 70%가 1,600cc 이하 소형차들이다.

유럽 시장의 대표적인 한국 소형차로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현대자동차의 i20을 꼽을 수 있다. 소형차 특유의 합리성에 효율을 고려한 다운사이징 엔진까지 발 빠르게 탑재하면서 인기 몰이 중이다. 프라이드는 국내 모델과 엔진 사양만 다를 뿐 같은 모델로 내년 초 유럽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주력 모델인 3기통 가솔린 1.0ℓ 터보 모델은 직분사 엔진의 효율성과 실용영역 성능을 한층 개선한 카파 1.0 T-GDI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7.5㎏•m의 동력성능을 확보했으며,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을 탑재한다. 프라이드의 인기는 판매량이 말해주는데 2016년 8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12만8,356대가 팔려 전체 국산차 중 수출 4위를 차지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상반기 2,176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유럽 시장에서는 3만3,929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3만3,155대)과 비교했을 때 8% 성장했다.

프라이드가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현대 i20은 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유럽 시장에서 인기 몰이 중이다. 철저하게 현지전략 모델로 개발된 i20의 키워드는F1과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의 하나인 WRC. 유럽에서 i20의 경쟁상대는 B 세그먼트 전통 강자인 폭스바겐 폴로와 푸조 208이다. 쟁쟁한 경쟁자들과 승부를 일반 시장과 모터스포츠 시장 양쪽에서 치르게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도전이었지만 한국 소형차를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클릭(수출명 겟츠)의 후속 모델로 선보인 i20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겟츠 포함) 자랑한다. i20 역시 유럽 전략 모델답게 3기통 1.0ℓ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은 100마력이다.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수동변속기는 기본이다. i20은 또한 모터스포츠에 승부를 걸었다. 현대자동차가 WRC 출전을 위해 선택한 차종이 i20인데 이는 유럽의 자동차 선호도가 모터스포츠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랠리를 통해 가장 친근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유럽인들의 사랑이 각별하다는 것을 적절하게 활용한 예이다.

한국 시장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반면 한국에서는 소형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예전 소형차들이 차지했던 인기는 이제 중대형차나 SUV로 넘어갔다. 급기야는 단종되는 비운의 모델도 있었고 시장이 새롭게 편제되면서 합리성보다 남에게 보이는 겉치레로 흐르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의 등장 이후 이른바 ‘합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다시금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IT기기에 익숙한 세대들은 불필요한 옵션이나 고급 사양 대신 실생활에 유용한 제품들을 선택하는데 이는 과거 소형차의 목적과 상당부분 부합한다.

소형차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과 실용성이다. 가격 대비로 따져 봐도 소형차는 모든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해짐에 따라 여기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예가 쌍용 티볼리의 인기인데, 국내 소형차 기준 엔진을 가진 소형 SUV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소형차하면 세단이나 국내에서 인기 없는 해치백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그 범위가 소형 SUV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급성장한 SUV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는데, 공간효율성을 내세운 소형 SUV는 전통적인 소형차의 특징인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활용성을 보다 확장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과 환경을 고려한 다운사이징도 소형차의 부흥을 도울 수 있는 중요 키워드 중의 하나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에서는 자동차 역사가 시작된 이후 소형차의 인기가 지금도 꾸준하다. 다양한 배리이이션과 합리적인 가격, 높은 경제성을 내세운 소형차는 다른 중대형차들이 팔릴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형차는 자동차 문화와 소비심리의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유럽과 일본 메이커들이 소형차에 집중하는 이유다.

소형차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과 실용성이다. 가격 대비로 따져 봐도 소형차는 모든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해짐에 따라 여기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예가 쌍용 티볼리의 인기인데, 국내 소형차 기준 엔진을 가진 소형 SUV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소형차하면 세단이나 국내에서 인기 없는 해치백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그 범위가 소형 SUV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급성장한 SUV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는데, 공간효율성을 내세운 소형 SUV는 전통적인 소형차의 특징인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활용성을 보다 확장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과 환경을 고려한 다운사이징도 소형차의 부흥을 도울 수 있는 중요 키워드 중의 하나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에서는 자동차 역사가 시작된 이후 소형차의 인기가 지금도 꾸준하다. 다양한 배리이이션과 합리적인 가격, 높은 경제성을 내세운 소형차는 다른 중대형차들이 팔릴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형차는 자동차 문화와 소비심리의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유럽과 일본 메이커들이 소형차에 집중하는 이유다.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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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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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소형차

국산 소형차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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