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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VOL.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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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이탈리아의 노동개혁과 시사점

스페인, 이탈리아 노동개혁의 배경

돼지(pig)를 연상시키는 PIGS라는 단어가 있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 중에서 심각한 재정적자와 외채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용어이다(아일랜드를 포함하여 PIIGS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2007~10년에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하여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했었다는 점이다. 그중 그리스는 2010년 초 국가부도의 최악의 상황에 처하여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으며, 아직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또한 2010년 4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으며, 이탈리아 역시 재정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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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제규모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에 비하여 상당히 크다. 그만큼 이 두 나라의 경제위기는 유로화의 급락과 세계금융시장의 불안 나아가 유로존 국가들의 연쇄부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되었다. 이 두 나라의 노동시장 상황도 악화일로였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로 인해 높은 실업률과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비정규직의 증가)가 초래되었다. 스페인의 경우 2010년 실업률 20.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청년실업률은 40%를 넘어섰다. 2000년대 중반까지 10년간 신규채용 직원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2013년 기준으로 고용률이 55.5%(EU 평균 65%)에 불과하고, 2007년과 비교하여 산업생산이 25%, GDP가 9% 감소하였으며, 실업률은 12.5%, 청년실업률은 45%에 달하였다.

노동개혁의 내용

양국은 2010년 이후 금융위기 및 노동시장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연안정성”(Flexicurity)에 기반한 노동개혁을 단행하였다. 즉,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직 과보호 해소 및 고용유연성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목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였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기활성화와 고용안정성 제고 그리고 비정규직 감소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양국의 노동개혁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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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페인의 경우 정규직근로자의 해고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내부의 기능적 유연성을 높이며, 단체협약 등 집단적 노사관계제도의 개혁을 추진하였다. 해고규제의 완화는 부당해고 시 금전보상액을 근속년수 1년당 45일분에서 33일분으로 줄이고 상한액을 45개월에서 24개월로 축소하였다. 경영상 해고 사유를 완화하여 전년대비 3개 분기 연속해서 매출이 감소할 경우 경제적 사유에 의한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무기계약으로 채용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1년간 해고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였다.

기업내부의 기능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하여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근로자의 동의없이도 임금삭감, 근로시간 변경, 계약기간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직무배치 및 부서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였다. 그리고 산별단위의 중앙교섭에 의한 산별단체협약보다는 기업별 단체협약을 우선하도록 하였으며, 전년 대비 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할 경우에는 기업내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전제로 근로시간, 임금, 작업계획, 근무조편성 등 핵심근로조건에 대해서 단체협약의 적용이 면제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탈리아의 경우 부당해고시 원직복직을 보장하였던 종래 노동법을 개정하여 차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당해고로 인정된 근로자에 대하여 근속기간에 따라 4개월∼24개월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면 근로관계가 종료되도록 하였다. 또한 법개정 이후 신규채용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해고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였다.

특히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했던 이탈리아에서는 1년 이내의 기간제근로와 3년 이내의 파견근로에 대해서는 사유를 명시하도록 한 의무를 폐지하였다. 기간제근로는 3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단체협약에 의해 4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단행하였지만 동시에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고 무기계약직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정책(신규로 정규직 채용시 보조금 지급 등)을 실시하였으며, 실업급여제도를 개선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개선하는 정책도 함께 실시하였다.

노동개혁의 성과와 시사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노동개혁은 그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데, 스페인은 2014년부터 노동개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GDP 성장률이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1.4%)을 기록하였으며, 2015년에는 3.2%를 기록하는 등 EU 29개국 평균 성장률(2.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등 노동개혁 추진의 성과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용측면에서도 노동개혁 추진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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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분기에만 일자리가 411,800개 늘어나 10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OECD는 이탈리아가 노동개혁 등을 통해 2015년 0.6%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여 4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었으며, 2016년에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였다. 또한 OECD는 이탈리아의 노동개혁이 기업의 고용확대로 연결되어 2015년까지 총 128만개의 무기계약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보고하였다(무기계약직 신규고용 95만명,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33만명).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노동개혁은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노동개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노동개혁의 기본방향은 과거의 경직된 고용보호법제를 개선함으로써 정규직의 과보호 해소 등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한편,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함께 실업보험 제도 등 사회안전망의 개혁을 통해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이른바 ‘유연안정성’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서는 일부 노동조합의 반발도 있으나 대체로 노사 당사자 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감대 확보에 노력하여, 기존근로자의 기득권은 보장하되 미래지향적 개혁을 추진하였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권의 결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노사와 정치세력을 압박하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노동개혁이 앞으로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TREN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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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이탈리아의 노동개혁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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