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2001년 237만 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2015년 2천 460만 대를 기록하며, 세계 2위 시장인 미국의 1천 747만 대를 크게 초월했다. 현재 중국의 낮은 수준의 자동차 보유량 및 인당 소득 증가율을 감안했을 때, 향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따라서 세계 자동차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중국의 시장 수요 및 특징을 분석하는 작업은 한국 자동차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선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시장을 살펴보면, 전체 판매량은 전년동기비 8.1% 증가한 1천 283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부터 시행된 취득세 인하(10%→5%) 정책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승용차와 상용차로 구분해서 판매량을 살펴보면, 승용차는 9.2% 증가한 1천 104만 대를 기록한 반면, 상용차는 1.9% 증가에 그친 179만 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 경제의 소비 고도화 및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둔화되는 양상과 일치한다. 특히, 상용차 판매량은 2009년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편성한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 효과로 2008년 258만 대에서 2010년 430만 대로 급증한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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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자동차시장의 특징은 로컬, SUV, NEV(New Energy Vehicle)로 요약된다. 첫 번째 특징은 로컬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계의 점유율은 2014년 38.5%에서 2016년 상반기 43%까지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한국계 점유율은 9.0%에서 7.4%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로컬 브랜드가 선전한 주요 요인으로는 SUV 중심의 전략 모델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SUV 판매량은 2008년 45만 대에서 2015년 622만 대로 약 14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 같은 시류에 편승해 중저가의 대형 SUV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한편, 자동차 판매가 기존 동부연안지역에서 중서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별 자동차 보유 비중을 살펴보면, 2007년을 기점으로 동부지역의 비중이 줄고 중서부 지역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중서부 지역의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시장경쟁에서 로컬계의 가성비가 더욱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적극적인 R&D를 통한 기술제고 및 품질개선 역시 주요 요인이다. J.D. Power가 조사한 신차 구입 후 3개월 내 문제발생 건수(100대당)는 로컬계의 경우 2008년 318건에서 2014년 131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동기간 외국계 자동차의 문제발생 건수가 173건에서 95건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로컬계와 외국계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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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시장의 두 번째 특징은 SUV 시장의 성장이다. 앞서 말했듯 SUV 시장은 중국 전체 자동차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그 결과 승용차 판매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6%에서 2015년 29.4%까지 증가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로컬사들이 가격은 외국계 SUV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형 차체를 선호하는 중국인의 취향을 적극 공략하면서 판매량을 크게 확대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차량교체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생애 두 번째 차량 구매자의 50%가 SUV를 선호하고 있으며, 낮은 유가와 여행수요 확대 등도 SUV 수요를 늘리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NEV, 즉 신에너지차 판매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2년 1.2만 대에 불과했던 NEV 판매량은 2015년 33만 대로 3년 만에 무려 2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의 주요 배경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며, 중국 정부의 목표인 2020년 150만 대 판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에서 우리는 중국 자동차시장의 3가지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 중 한국자동차업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특징은 중국 로컬계의 약진이다. 자동차의 국가별 브랜드 경쟁력을 조사해보면, 한국은 중국 로컬계의 바로 위에 위치해 있으며, 독일, 미국, 일본계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로컬계의 약진은 한국계 자동차 판매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브랜드 파워 제고 및 중국형 전략 SUV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