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의 꽃으로 불린다. 2만개가 넘는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만큼 철강, 화학제품과 같은 소재는 물론 엔진, 변속기 등 각종 기계부품과 전기전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기술과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디자인 등 소프트 기술과 물류와 유통, 판매, 금융 등 서비스업 기반도 더해져야 한다. 관련 분야가 많은 만큼 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를 가진다. 자동차산업이 국가 산업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는 외국 완성차에 대해 높은 수입관세를 매겨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기술습득을 유도한다. 자국기업에 대해서는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 등으로 산업발전을 지원한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이 자국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표적 국가이다. 중국은 완성차에 대해 2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용 철강재(5%)를 비롯해 주요 부품에 대해서도 10%까지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중국에 진출해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관련부품을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최근에는 부품 국산화율을 95%까지 제고한다는 목표로 업계를 독려해 부품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30%의 수입관세와 75%의 물품세를 매겨 현지 직접투자가 없이는 경쟁 자체가 어렵도록 하고 있다. 국민차 기업인 프로톤과 페로두아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덕분에 일본계 자동차가 80~9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필리핀 등과는 달리 승용차시장의 일본산 비중이 40%를 약간 웃도는데 그친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자동차산업 기반을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자동차가격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후발국으로서 자동차산업의 자립기반을 구축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산업생산은 물론 고용과 가계소득, 소비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자동차 수요 역시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동차 수요는 소득수준과 상관관계가 크며 세금, 연료비 등 유지비용과 도로 연장길이, 포장률 등 인프라의 영향도 받는다. 그 중 소득의 영향이 가장 커서 일반적으로 인당평균소득이 6천~8천달러 사이에 자동차 구매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선진국 대비 소득수준이 낮고, 신차 수요 중심인 개도국에서 자동차 구매를 확대시키려는 정부 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자동차보급률이 이미 높은 수준이고 자동차 관련 금융상품 등도 발달해 있어 경기침체기에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 수요를 진작시킨 사례는 드물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구매촉진을 위한 정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한 바 있다. 2009년 중고차를 신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과 농민의 신차 구입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차하향(汽车下乡)’, 소형차에 대한 취득세 감면 등의 정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덕분에 2009년 자동차 판매량이 45.5%라는 기록적 증가율을 나타내며,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소비시장이자 생산국가로 부상했다. 이들 정책은 2010년까지 지속되어, 자동차 판매량은 2년 만에 900만대나 증가했다. 하지만 구매촉진 정책으로 잠재적 구매수요가 앞당겨 실현된 후, 2011년과 2012년은 각각 1.3%와 4.1%로 증가율이 급락하게 된다.
중국은 최근 다시 자동차소비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자동차판매가 전년 동기비 0.3%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배기량 1.6리터 이하 승용차에 대한 취득세 인하(10%→5%) 조치가 시행되자, 판매량이 급등세로 돌아서 4분기 16.3%나 성장했고, 연간 4.7%의 증가율(판매량 2,460만대)을 낼 수 있었다.
2012년 1,927만대 판매를 기준으로 중국 GDP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 자동차관련 산업 생산의 GDP 비중은 무려 8.7%에 이르렀다. 자동차 및 부품관련 산업의 종사자는 4천만 명으로 도시취업인구의 10%였고, 자동차소비가 소매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였다. 중국 정부가 최근 경기부진의 타개책으로 자동차세 감면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이다.
이들 정책이 인위적 소비촉진에서 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형차 위주의 지원정책을 통해 중서부지역과 농촌지역의 소비활성화 및 분배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주로 중소형차를 생산하는 로컬브랜드 업체를 지원하는 효과 역시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선택적인 소비지원 정책이 업계의 생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중국 승용차 판매시장에서 로컬업체의 판매비중은 전년도보다 3%p 상승한 41%로 올라, 2010년 이후 하락세에서 처음 반전을 기록했다.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의 축을 소비로 이전시키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20년까지 2010년 대비 국민소득을 2배로 늘리고, 노동소득분배율 제고와 사회안전망 확충과 같은 장기정책과 함께 작년 4월에는 주요 소비재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와 소비세 정책 보완 등을 담은 ‘소비촉진 5대 조치’도 발표했다.
눈여겨볼 것은 중국의 친환경 자동차산업 정책이다. 2011년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7대 전략산업에 친환경자동차를 선정해 에너지절약과 신소재, 친환경, ICT 등 다른 전략산업 대부분이 친환경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기술개발 및 생산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전기차 인프라 건설,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시장확대까지 전방위적인 신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 중에 있는 것이다.
단기적 경기변동에 대응하면서도 구매력 격차를 해소하고, 소득분배 기능을 담은 소비활성화 정책과 근본적인 소비확대 전략, 미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는 전면적인 신산업 전략 등 중국의 자동차산업 정책에서 우리가 참고할 사항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