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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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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동향02
네바퀴조향 시스템의 발전과 기능

100여 년 전 시작된 네바퀴조향 시스템

‘달리고 서고 돈다’
흔히 이야기하는 자동차의 핵심적인 움직임 세 가지다. 편의 장비나 자율 주행 신기술도 대중의 이목을 끌었지만, 여전히 가속하고 감속하고 선회하는 이 세 가지 움직임은 자동차 만들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다. 이중 스티어링은 선회력을 발생시키고 제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앞바퀴굴림으로 조향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미 100여 년 전부터 뒷바퀴조향 기구가 달린 탈 것이 존재했다.

뒷바퀴 스스로 조향각을 발생시키는 네바퀴조향 시스템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은 회전 반경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 타이어가 한쪽 방향으로 조향하면 뒷 타이어는 반대 방향으로 일정 각도가 비틀어져 선회 궤적을 작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네바퀴조향 시스템이 접목된 차종은 주로 대형 상용차나 중장비, 농업용 트랙터 등이었다.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휠베이스가 길어 앞바퀴조향 기구에 의존해서는 좁은 공간에서의 기동성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웠던 탓이다.

더구나 부피가 큰 차체를 활용해 추가 조향 부품을 설치하기에도 부담이 적고 고속 주행용 차량도 아니어서 안정성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 기술이 승용 모델에 적용되기까지 몇 가지 해결해야할 난제가 있었다. 충분히 견고하지 못했던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네바퀴조향으로 인한 주행 이질감, 정교한 후륜 조향 제어 기술의 부재, 그리고 아직은 크지 않았던 시장의 요구였다.

브랜드간 경쟁으로 성장, 1980년대부터 양산차에 적용돼

양산 승용차에 네바퀴조향 시스템의 적용이 탄력을 받은 건 1980년대 중반이다. 일본 브랜드들의 경쟁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닛산은 ‘HICAS’(High Capacity Active Steering)라 불리는 유압식 네바퀴조향 시스템을 선보였다. 유압 회로는 전륜용 파워 스티어링 펌프를 구동력으로 사용했고 속도계 신호를 통해 뒷바퀴조향의 방향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지 다른 방향으로 바꿀지 판단하는 단순한 시스템이었다. 이후 ‘Super HICAS’로 진화하는데 이때부터 별도 연산용 프로세서와 후륜 스티어링 랙에 달린 전자식 액추에이터 방식으로 진화했다. 지금 사용하는 네바퀴조향 시스템의 일반적인 형식이다.

한편 혼다는 대량 양산차 최초로 기계식 네바퀴조향 시스템을 선보였다. 앞바퀴조향 기구로부터 기어와 샤프트가 연결되어 뒷바퀴조향 기구까지 차체 길이를 따라 연결된 구조다. 언뜻 구조를 보면 뒷바퀴굴림 자동차의 프로펠러 샤프트로 오해할 만큼 유사한 모양새를 갖는다. 최신 혼다의 네바퀴조향 기술은 급제동할 때 뒷바퀴를 토-인으로 각도를 조정해 하중이 적어진 후미의 좌우 흔들림을 감소시키고 타이어의 주행 저항을 증가시켜 제동력을 높여주는 형태까지 발전했다. 스키의 안쪽 날을 A자 형태로 만들어 멈추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네바퀴조향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

네바퀴조향 시스템을 활용하면 휠베이스 가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속에서 앞·뒷바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조향하면 실제보다 휠베이스가 짧아지는 효과(선회 반경이 작아지는 형태)가 나타나고 고속에서 앞·뒷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조향하면 실제보다 더 휠베이스가 긴 차량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속에서 내륜차가 줄어들어 접촉의 위험이 줄어든다. 하지만 동력 성능과 운전 경험 면에서 얻는 최고의 장점은 반응성이다. 보통의 앞바퀴 조향 자동차는 조향 축에서 조향력이 발생해 앞 타이어에 슬립 앵글이 일어나고, 차체 비틀림을 통한 진행 방향 전환을 뒷바퀴에 전달한 후 뒷바퀴 타이어의 선회력이 발생함으로써 차체의 최종 회전 모멘트가 생기는 과정을 거친다. 이 짧은 과정 사이에서 생기는 앞·뒷바퀴 슬립 앵글의 증가량 차이가 핸들링 반응성의 척도가 된다.

네바퀴조향은 앞바퀴와 뒷바퀴 타이어에 슬립 앵글 생성 시간 차이가 없어 운전대 조작에 대한 차체의 회전 반응이 직접적으로 일어난다. 실제 초기 네바퀴조향 시스템을 탑재한 닛산 스카이라인이나 혼다 프렐류드는 슬라럼 기동 평가에서 당대 최고 성능을 발휘해 유럽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를 놀라게 했다. 같은 이유로 현재 네바퀴조향 시스템은 스포티한 운전 감각을 중시하는 모델이나 휠베이스가 길어서 회전 반경이 늘어나는 대형 승용 모델 위주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고성능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역시 세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차체를 키워왔다. 무게중심이 뒤쪽에 있는 엔진 위치의 특성상 휠베이스를 늘려가며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지양하고 주행 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길어진 휠베이스에서 오는 조종성의 둔화를 네바퀴조향 시스템으로 극복하고 있다. 르노의 4 컨트롤 시스템은 후륜 현가장치의 구조적 한계점을 네바퀴조향을 통해 극복한 참신한 접근법이다. 이를 통해 앞바퀴 구동방식에서 오는 코너 탈출 시 언더스티어 성향을 줄이고 동시에 뒷바퀴에 강한 횡중력이 발생할 때 토 아웃으로 생길 수 있는 오버스티어 특성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앞으로 네바퀴조향 시스템의 발전 방향은?

가장 유망한 분야는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SUV와의 접목이다. 구조적으로 무게중심이 높고 중량이 무거운 SUV는 서스펜션 링크와 부싱이 받는 부하가 크고 지오메트리 변형에 대한 우려도 크다. 뿐만 아니라 레저 인구 증가에 따른 트레일러 견인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횡풍이나 견인 차량의 횡방향 움직임 변화로 인해 피견인 트레일러가 좌우로 점점 크게 흔들리게 되는 ‘피시테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차체 제어 장치의 개념으로 트레일러 안정화 장치가 상용화되고 있지만, 네바퀴조향 기술을 탑재하면 보다 적극적인 트레일러 안정화 추구가 가능하다.

오프로드에서는 좁은 공간에서의 기동성이 중요하다. 외딴 산길에서 차를 못 돌려 고생해 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이미 지프 브랜드에서는 허리케인이라는 콘셉트카에서 제자리 선회 기능을 시연한 적이 있다. 네바퀴가 마름모의 외변처럼 각각 독립적인 각도로 조향하게 되면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유턴할 수 있는 기능도 가능하다. 회전 반경이 차체 전장으로 대폭 감소하므로 한국처럼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아주 유용할 수 있다.

네바퀴조향 시스템은 극단적으로 전장이 짧거나 긴 자동차의 주행 감각을 대폭 개선할 수 있어 다양한 세그먼트의 차량 디자인이 가능하다. 좌우 바퀴를 개별 모터가 독립 제어할 수 있는 다중 모터 전기차 플랫폼에서는 네바퀴조향 시스템의 역할 일부를 전기 파워트레인 자체로 대체할 수도 있다. 저속에서 선회 반경의 변화는 네바퀴조향으로만 구현이 가능하지만 중·고속 선회 중 발생하는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제어, 선회 궤적 보정은 좌우측 모터의 회전 속도를 달리한 토크 벡터링 효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병휘
자동차 칼럼니스트, 카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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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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