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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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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
트랜스미션 신기술 개발 경향

효율성과 편리함 사이에서의 줄타기

엔진에서 만든 힘으로 바퀴를 굴려 달리는 자동차에서 변속기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 맞춰 제한된 엔진의 회전수와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람보다 더 빠르게 기어를 바꾸거나 정확한 회전수를 맞춰 충격을 줄이는 등 변속기가 하는 일이 더 늘어났다. 언덕이나 내리막길 등 내비게이션 정보에 맞춰 미리 기어를 바꾸어 주행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쓰인다. 더욱이나 동력원으로 내연기관만이 아니라 전기모터가 더해지면서 과거의 전형적인 변속기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도 생겨났다. 결국 다양해지는 자동차의 급박한 변화를 변속기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때 변속기는 자동화 비율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효율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두 가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운전의 편리성을 높이는 자동변속기의 사용은 연료소모율과 주행성능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는 1939년 제너럴모터스(GM)가 하이드라매틱(Hydramatic)을 선보이면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그 편리성에 힘입어 20년이 지나지 않아 전체 승용차의 80%가 자동변속기를 달고 나올 정도로 빠르게 보급되었다. 물론 유럽 등지에서는 수동변속기의 비율이 훨씬 높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효율과 반응이 좋아지면서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승용차와 경트럭을 포함한 자동변속기 시장도 바뀌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통계 및 분석 전문회사 스타티스타(Statista)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수동변속기 비율은 49.4%에서 2017년 46.2%로 약 3.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는 35.8%에서 31.6%로 4.3%나 감소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으로 3.4%에서 8.5%로 5.1%가 늘었고 무단변속기(CVT)도 10.1%에서 11.5%로 1.4%가 늘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전기차 판매 증가에 따라 0.2%였던 점유율이 1.2%로 1% 증가한 것이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CVT도 자동변속기의 일부라고 본다면 결국 자동변속기 안에서 점유율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듀얼클러치와 CVT의 점유율 변화 폭인 6.5%는 대체로 소형차 중심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데, 양쪽 모두 기존의 자동변속기보다 효율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나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를 고르는 것조차 매우 어려워졌다. 적재량 1톤 이하의 트럭을 제외하면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승용차 고객들의 요구가 근본 원인이지만 듀얼클러치 등 자동화된 수동변속기의 보급은 물론 자동변속기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 것도 이런 변화에 한몫 했다. 국산차를 보면 수출형을 제외하고 국내 판매 모델 기준으로 경차~중형차의 기본형 모델과 중형 SUV 정도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수동변속기만 선택 가능한 차는 경상용차가 유일하다. 외산차에서는 토요타의 스포츠카인 86 모델에서 고를 수 있고 포르쉐와 재규어 일부 모델에서 과거 환경 인증을 받은 사례가 있지만 실제 출고가 가능한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실제 등록 기준을 보면 택시 등의 영업용을 제외한 개인용에서 3% 미만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자동변속기가 대세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속기 시장은 HIS 오토모티브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약 8,700만 대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변속기는 일반적으로 현대자동차나 폭스바겐처럼 자동차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게트락과 ZF 같은 전문회사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다양한 부품이 모여 하나의 완성품을 이루는 자동차의 특성상 종합적인 마진률을 높이려면 외부 업체보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개발한 변속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때문에 여러 자동차회사에서는 기존 변속기회사들의 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독자적인 변속기를 내놓고 있다.

국내의 자동차 변속기는 자체 개발 엔진과 역사를 함께 한다. 첫 독자설계 엔진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 1.5L 알파 엔진과 함께 스쿠프에 처음으로 쓰인 5단 수동변속기가 최초다. 변속기만으로 볼 때 완벽한 기술 독립은 2005년 NF 쏘나타에 쓰인 6단 수동변속기와 2006년 4, 5단 자동변속기를 내놓으면서부터다. 2008년 세계에서 3번째로 전륜용 6단 자동변속기를 만든 것은 물론이고 2011년 전륜 6단 DCT와 후륜 8단 자동변속기의 양산을 시작해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건식 7단 DCT까지 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연료 효율과 스포츠성을 함께 필요로 하는 콤팩트 SUV와 중소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이끌 변속기는 어떤 것이 될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차종과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다양성의 확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단화다. HIS 오토모티브의 발표에 따르면 6단 이하의 자동변속기는 2013년 전체 변속기 시장에서 21%를 차지하지만 2019년이 되면 전체 시장이 26% 성장하는 동안에도 점유율이 떨어져 17%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7단 이상의 자동변속기는 5%에서 13%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혼다 등에서는 앞바퀴굴림용으로 10단 변속기를 상용화해 미니밴인 오디세이와 중형 세단인 신형 어코드 등에 적용하고 있다. ZF에서는 가로배치용 엔진을 위한 9단 변속기를 개발해 재규어 랜드로버와 지프 등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와 GM 등도 후륜구동용 변속기를 2015년을 전후해 6단에서 8단으로 변경하는 등 다단화 추세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물론 연비와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기어비를 높이는 다단화가 필요하지만, 수동기어의 경우 변속이 번거로워지는 이유 때문에 최대 7단에 머무르고 있다. 또 자동변속기에서도 부품수가 늘어남에 따른 무게의 증가와 크기, 원가를 따지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단수를 늘리기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차종 및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변속기를 선택하는 것이 추세다. 현대자동차의 후륜구동용 2세대 자동변속기의 경우, 효율 향상을 위해 변속을 위한 유압을 만드는 오일 펌프의 용량을 줄이는 대신 각 부분의 오일 씰링에 마찰이 적은 재질을 도입하거나 클러치 디스크의 저항을 줄이는 등 다양한 기술이 쓰였다. 또한 전체적인 변속기 하우징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토크컨버터와 솔레노이드 밸브의 무게를 줄이고 클러치 피스톤과 밸브 보디 플레이트에 알루미늄을 쓰는 등 경량화에도 신경을 쓴다.

무단변속기는 엔진이 최적의 효율을 내는 회전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감성적인 부분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국내 준중형차로는 처음으로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 무단변속기를 쓴 기아 올 뉴 K3의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해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는 것은 물론 내구성과 동력 효율을 높인 금속제 벨트와 베인 타입 오일펌프를 쓰는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덕분에 동급 가솔린엔진 준중형차에서 가장 높은 15.3km/L의 공인연비를 얻어내고 주행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1.0L급인 카파 엔진에 쓰인 CVT에는 2단 변속기를 추가해 효율을 높인 차세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변속기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기에 가장 중요한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통합 제어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V-사이클로 불리는 엔진/변속기 제어 프로그램 개발 과정은 실제 소프트웨어 배포까지 지난한 테스트와 재검증 과정을 거친다. 자동차가 판매할 국가에 맞는 배출가스와 연비 기준은 물론 경쟁 모델을 고려한 목표 고객의 감성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적으로 많은 회사의 수준이 비슷해지는 상황에서는 숫자보다는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한 ‘느낌’의 영역이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트랜스미션은 자동차 성능을 위한 중요한 부품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종합적인 자동차 성능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발전을 계속할 것이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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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 신기술 개발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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