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시되는 차들의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는 다양한 신기술이 쓰이고 있다. 특히 LED를 사용하면서 디자인의 자유도도 매우 높아지고 램프의 밝기도 크게 밝아지는 등 안전을 위한 역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로 SUV를 중심으로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을 분리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특히 차체가 높은 SUV의 헤드램프는 상대적으로 전고가 낮은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눈부심을 유발해 안전운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미국 등 대형 SUV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승용차와 SUV 간의 정면충돌 시에 대형 SUV의 공격성(aggressiveness)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상대적으로 차체가 낮은 승용차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에 의한 SUV의 램프와 범퍼 높이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루어졌고, 디자인 변경으로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SUV를 중심으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를 분리해 설치 높이를 다르게 하는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4년경부터다. 램프 자체의 성능도 좋아지는 것이 최근 헤드램프의 발전 방향이지만, 또 하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주간주행등(DRL; Daytime Running Light)일 것이다.

대체로 백색의 LED(Light Emitting Diode)등에 의해 메이커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주간주행등이 차량의 앞모습에서 각 브랜드의 이미지, 혹은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간주행등은 보행자나 다른 차량에 자신의 존재를 보다 확실하게 인식시켜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몇 년 전에는 국내에서도 어느 시내버스 운수업체에서 낮에도 전조등을 켜 예방 안전성을 높이자는 캠페인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몇 가지 이유 등으로 지속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물론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대개의 전조등은 200W 정도의 큰 전력을 소모하게 되므로, 엔진의 발전기를 중심으로 하는 전력시스템에 부담을 주며, 그로 인한 연료 소모가 늘어남과 동시에 탄소배출량 증가와 헤드램프의 수명 단축 등 부차적 문제들이 의외로 크다. 이런 이유 등으로 낮에 전조등을 켠다는 것이 큰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 등으로 슬그머니 캠페인은 중단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주간주행등이 의무장착 장비는 아니지만,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의무 장비로 규정되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본래 주간주행등의 시초는 북유럽, 특히 스웨덴 등과 같이 극지방에 가까운 국가들은 동절기에는 정오에도 전조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운 기후환경이어서, 일찍이 1970년대부터 항상 전조등을 켜도록 하는 규정이 적용되어왔다. 이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1995년부터 엔진 시동을 걸면 전조등이 자동으로 점등되도록 하는 것을 소형 승용차에서부터 적용했다. 특히 이륜차(오토바이) 등은 의무적으로 항시 전조등을 켜고 주행하도록 하는 규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미국 등과 같이 평탄한 지형에 한적한 도로가 많은 환경에서는 차체가 작은 소형 승용차나 2륜 차량의 전조등 켜기는 특히 안전사고 예방의 효과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전조등을 항시 켠다는 것은 연비와 차량 성능 면에서, 그리고 전조등의 내구성 등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에 논란이 돼 왔다. 게다가 많은 차가 주간주행등을 켜게 되면서 오히려 이륜차들의 존재를 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나타났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이륜차들은 주황색의 주간주행등을 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한편 테일램프 역시 기능적 측면과 아울러 브랜드를 나타내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테일램프는 각각의 등화장치들이 기능적 요구조건이나 국가별 법규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기능적 요구조건에 맞추기 위한 디자인으로 오히려 스타일링의 자유도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뒤차 운전자에게 가장 많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디자인 비중이 오히려 높은 부분이다. 이에 따라 기능적 요구조건을 만족하게 하면서도 안정적인 조형 속에서 브랜드의 특성과 기술 발전을 반영한 디자인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근에는 소비전력이 백열전구보다 훨씬 적고, 열 발생이 거의 없는 LED가 자동차의 테일램프에 사용 가능할 정도의 밝기와 색상에서 사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주간주행등과 함께 거의 상시 점등되어 있어야 하는 미등은 LED의 채용으로 더욱 내구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아울러 LED는 백열전구보다 점등시간이 0.03초 이상 빨라져, 정지등에 적용 시 후방차량에 대한 경고 효과가 즉각적이어서 추돌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과거에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등이 기능적 비중이 높은 등화장치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차량 외장 디자인에서는 이와 같은 기능 부품들의 기술 개발과 램프로서의 빛 자체도 더욱더 미려함을 추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브랜드를 나타낼 수 있는 차체의 디자인 요소로 더욱더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구상

국민대 운송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