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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VOL.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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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영화 <택시운전사> 브리사에 '프린스 엔진' 들어간 사연

영화 소품 가운데 자동차는 가장 까다로운 물건 중 하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시대극에선 자동차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가 어렵게 구해온 차가 말썽을 일으키면 무작정 촬영이 연기된다. 초특급 주연배우들은 물론, 칸에서 트로피 받은 영화감독도 자동차 시동 걸리기만을 고대하며 시간을 날리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시대극이 이렇게 촬영됐다. 천하의 전지현, 정우성, 이정재도 차가 말썽을 부리면 어쩔 수 없다.

영화 제작사 측에선 말 잘 듣는 배우만큼이나 말 잘 듣는 자동차 소품이 절실했다. <택시운전사>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을 주름잡던 택시를 구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1980년 5월의 그 상태 그대로, 팔팔하게 잘 달리는 택시를 구해야 했다. 그냥 브리사가 아니라, 서울과 광주를 아무런 문제없이 질주할 수 있는 '팔팔한' 택시를 구하는 게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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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있는 브리사를 구했지만,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기아 브리사의 원형 모델이었던 '마쓰다 파밀리아'를 찾았고, 일본에서 꽤 상태가 좋은 파밀리아를 들여왔다. 그런데 역시 '상태'가 별로였던 것. 오른쪽에 박혀 있는 운전대와 페달류 등을 왼쪽으로 옮겨 붙이면서 엔진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도무지 '팔팔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택시운전사> 제작진은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성이나 컴퓨터 그래픽, 대역 및 보조 주행장치 등이 없이, 100% 실사로 주행신을 촬영하고 싶었다. 배우 송강호가 직접 운전하는 가운데, 차에 카메라를 붙이고 휘발유를 태우며 직접 달리면서 촬영하고 싶었던 것. 어느 정도 잘 달리는 브리사가 아니라, 아주 '팔팔한' 브리사가 필요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단, “수동기어까지 살리자”는 의견에 묵직한 반론이 있긴 했다. 수동기어는 출발할 때 시동이 꺼지거나 차가 울컥거리는 등의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배우들이 연기는 아주 좋았는데, (시동을 안 꺼트리려고) 필요 이상으로 rpm을 많이 올려 출발했다가 NG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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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브리사로 둔갑한 마쓰다 파밀리아의 엔진과 변속기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대신 1994년식 프린스에 들어간 2.0L 전자제어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넣기로 했다. 배우 송강호는 수동 기어를 매우 잘 다루긴 하지만, 수동기어 자체에 (시동이 꺼지거나 울컥거리는 등의) 변수가 많아 자동변속기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프린스 엔진이 들어간 브리사 택시가 탄생하게 됐다. 수동변속 기어봉은 살려뒀지만, 의자 밑에 자동기어 레버를 숨겨 놓은 '비밀병기' 같은 브리사였다.

직접 타 본 브리사 택시에는 키홀이 두 개나 있었다. 운전대 옆구리에 브리사 키홀이 박혀 있고, 그보다 안쪽에 프린스 키홀이 하나 더 있다. 실제로 작동되는 키는 '프린스' 키였지만, 일부러 브리사 키를 살려뒀다. 영화 속 시동 거는 장면에서는 운전대 옆구리를 더듬어 브리사 키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키를 돌리며 시동을 걸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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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 속에서 송강호가 능숙하게 차를 돌리는 장면도 나온다. 후진기어를 넣은 후 동반석에 팔을 올려 뒷유리창을 보며 후진하는 장면이다. 이때 송강호가 만지작거린 수동기어 레버는 사실 '허당'이다. 아랫도리에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가짜 '기어봉'이기 때문이다. 후진할 때도 옛날 수동기어 차에서 들렸던 '지이이이이잉~'하는 소리를 섞어 넣었다는데, 노골적으로 들리진 않았다. (자동기어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필자 주) <택시운전사>에서 자동차 소품을 담당했던 <퍼스트애비뉴>의 김용욱 대표는 "예전 수동기어 차 후진할 때 들리는 '지이이잉~' 소리는 변속기 기어가 물리면서 들리는 소음"이라며 "밖에서는 그 소리가 잘 들리지만, 운전석에선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브리사 택시는 이 외에도 모든 부분이 실제 차보다 '생생하게' 복원돼 있다. 주연배우보다 중요한 소품이라서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택시미터기를 구하는 건 그나마 쉬웠다고 한다. 차 위에 칠할 페인트를 고르는 것부터 며칠이 걸렸다. 그냥 연두색이 아니라, 컴컴한 영화관에서 희망적으로 보일 연두색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채도와 명도, 반사도 등이 각기 다른 연두색을 문짝에 칠한 후 촬영하고 후작업을 거친 후 영화관에서 실제 비춰보는 등 '품평'을 거쳐 채택된 컬러라고 한다. 실제로 봐도 약간 채도가 높은 연두색이라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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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유해진이 브리사 택시 계기반을 보고 말한다. “우와, 60만 킬로나 뛰었어요? 어마어마하네!” 실제로 만난 브리사의 주행거리계가 67만km를 넘어서고 있었다. 당시 개인택시의 내구연한은 5년이었고, 대부분의 택시가 50만km 이전에 고장나거나 폐차됐다고 한다. 그러니 60만km나 달린 브리사 택시를 모는 송강호(김사복(만섭) 역)는 매우 알뜰하고 꼼꼼하며, 열심히 사는 택시운전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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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사복 씨의 실제 아들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주목이 쏠리고 있다. 진위 논란이 거세게 충돌하는 가운데, 김사복 씨 아들이 갖고 있던 당시 사진과 독일기자 아내가 갖고 있던 당시 사진을 모 방송사가 입수했고, 최근 두 사진에 등장하는 자동차를 감정해 '같은 차인지 여부'를 알려줬다. 당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씨가 광주에 타고 갔던 택시는 연두색 브리사 택시가 아니었다. 검은색 새한 레코드를 타고 갔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브리사나 포니는 연두색이나 노랑색, 주홍색 등으로 칠해 일반 택시로 쓰였고, 고급차에 황토색을 칠한 콜택시(유선 전화로 부르면 달려오는 택시)도 있었다. 힌츠페터 씨가 탔던 택시는 주한 미군과 외국인 관광객 등을 태웠던 '아리랑 택시'였다고 한다. 자세한 얘기는 오는 9월1일 저녁 SBS <궁금한이야기 Y>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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