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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VOL.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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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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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내 인생의 자동차
SM3는 시간을 가로질러

그날 나는 아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1월 2일. 새해를 시작한지 단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을 뿐인 그날, 나는 강원도의 한 바닷가 마을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이의 입원 날짜가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새해 벽두를 병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병원 입원실에서 길게는 열흘을, 짧게는 일주일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자, 가슴 속에는 초조함과 암담함이 불안하게 너울거렸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차창 밖만을 무심하게 내다볼 뿐이었다. 저 아이도 병원에서 분명 힘겨운 시간을 버텨야겠지만, 다가올 시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아이에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열 살 남짓한 아이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골에서 벗어나 서울이라는 대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일 터이기에. 이렇게 SM3는 서로 다른 마음의 우리 둘을 태우고 미지의 시공 속으로 우리를 밀어넣고 있었다.

SM3. 마흔 살이 넘어서야 겨우 풀타임 잡을 얻은 내가 처음 산 준중형 승용차였다. 경차인 마티즈와 모닝에서 시작된 마이카의 역사는 이후 중고 소형차 스팩트라와 아반떼를 지나 마침내 이 차에 이르렀다. 그간 이 차들은 2박 3일씩 서울․경기․강원 지역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해야 했던 보따리장수 시절, 나의 발이 되어주었다. 그 모습은 차라리 1인 유랑극단에 가까웠고 그 세월은 이리저리 떠밀려 다녀야 했던 부초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매번 모텔에서 한뎃잠을 자야했던 그 시절은 내 소설 속에서 이런 문장으로 남았다. “모텔방에 들면 언제나 세상의 가장 외진 곳에서 멸종을 기다리는 병든 짐승과 같은 심정이었다. 그리곤 서울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는 것이었는데, 그 두 대척점이 지옥과 연옥의 거리 같았다.”(장편소설 『여행의 기술―Hommage to Route7』중에서) 그리하여 그렇게 점을 찍듯 돌아다니던 학교 중에서 한 학교에 말단 선생으로 자리를 잡고서 장만한 나의 첫 준중형급 승용차가 SM3였고, 이 차는 지금도 6년째 나의 은빛 애마로 함께하고 있다.

그날 나는 아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1월 2일. 새해를 시작한지 단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을 뿐인 그날, 나는 강원도의 한 바닷가 마을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이의 입원 날짜가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새해 벽두를 병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병원 입원실에서 길게는 열흘을, 짧게는 일주일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자, 가슴 속에는 초조함과 암담함이 불안하게 너울거렸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차창 밖만을 무심하게 내다볼 뿐이었다. 저 아이도 병원에서 분명 힘겨운 시간을 버텨야겠지만, 다가올 시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아이에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열 살 남짓한 아이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골에서 벗어나 서울이라는 대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일 터이기에. 이렇게 SM3는 서로 다른 마음의 우리 둘을 태우고 미지의 시공 속으로 우리를 밀어넣고 있었다.

SM3. 마흔 살이 넘어서야 겨우 풀타임 잡을 얻은 내가 처음 산 준중형 승용차였다. 경차인 마티즈와 모닝에서 시작된 마이카의 역사는 이후 중고 소형차 스팩트라와 아반떼를 지나 마침내 이 차에 이르렀다. 그간 이 차들은 2박 3일씩 서울․경기․강원 지역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해야 했던 보따리장수 시절, 나의 발이 되어주었다. 그 모습은 차라리 1인 유랑극단에 가까웠고 그 세월은 이리저리 떠밀려 다녀야 했던 부초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매번 모텔에서 한뎃잠을 자야했던 그 시절은 내 소설 속에서 이런 문장으로 남았다. “모텔방에 들면 언제나 세상의 가장 외진 곳에서 멸종을 기다리는 병든 짐승과 같은 심정이었다. 그리곤 서울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는 것이었는데, 그 두 대척점이 지옥과 연옥의 거리 같았다.”(장편소설 『여행의 기술―Hommage to Route7』중에서) 그리하여 그렇게 점을 찍듯 돌아다니던 학교 중에서 한 학교에 말단 선생으로 자리를 잡고서 장만한 나의 첫 준중형급 승용차가 SM3였고, 이 차는 지금도 6년째 나의 은빛 애마로 함께하고 있다.

차가 대관령을 넘어 평창을 지나 횡성 부근을 지날 무렵 우리는 휴게소에 들렀다. 식당에는 해맞이를 하러 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육개장을 사주고, 나는 그것을 입에 넣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으로 허기를 달랬다. 입원과 동시에 혹독한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아이가 병원에 들어가기 전 먹는 마지막 바깥음식이라고 생각하니, 허겁지겁 국물을 떠먹는 아이가 언짢으면서도 가엽게 느껴졌다. 다시 차에 올라타 고속도로에 진입해 차가 정상속도를 이르렀을 때는, 차라리 이 도로에서 영원히 공회전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때 옆 차선에서 달리는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화물차인가보다 생각했는데, 가까이 보니 소를 싣고 가는 트럭이었다. 차가 그 트럭의 후미에 가까워지자 거기에 두 마리의 소가 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뒤에 있는 한 마리는 흔들리는 트럭 안에서도 다리를 굽히지 않고 한사코 서서 진동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그보다는 작은 송아지로 바닥에 앉아 순한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서 있는 것은 어미 소이고 앉아 있는 것은 새끼 송아지인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나는 어미 소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트럭의 뒤를 좇으며 나는 어미 소와 계속 시선을 마주쳤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자위가 뜨거워졌다. 저렇게 온몸으로 버티고 서서 제 새끼를 지키고 있는 것이로구나, 생각하자 눈물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눈가를 훔치고 다시 그쪽을 바라보아도 어미 소는 계속해서 나를 지긋이 바라봐 주는 것이었다. 그 눈빛은 나도 네 마음과 같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마워, 고마워, 라고 중얼대며 큰 눈망울로 내 마음을 달래주는 어미 소에게 화답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은 언제나 다가오는 시간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실존적 불안을 넘어 미래의 시간에 스스로를 내던져야 한다. 눈물을 그치자 어미 소와 송아지를 태우고 가던 트럭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동자가 아리도록 아팠다. 잠시 후, 나는 카오디오에 전원을 누르고 장필순의 노래 중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을 찾아 틀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서 이 부분을 곱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두려워 겁에 질려 허둥대는 우리들 / 그림자 이끌고 떠나가야겠네 / 안개가 씻어 낸 이 길을 따라.” SM3는 그렇게 현재의 불안을 넘어 미래의 시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차가 대관령을 넘어 평창을 지나 횡성 부근을 지날 무렵 우리는 휴게소에 들렀다. 식당에는 해맞이를 하러 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육개장을 사주고, 나는 그것을 입에 넣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으로 허기를 달랬다. 입원과 동시에 혹독한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아이가 병원에 들어가기 전 먹는 마지막 바깥음식이라고 생각하니, 허겁지겁 국물을 떠먹는 아이가 언짢으면서도 가엽게 느껴졌다. 다시 차에 올라타 고속도로에 진입해 차가 정상속도를 이르렀을 때는, 차라리 이 도로에서 영원히 공회전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때 옆 차선에서 달리는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화물차인가보다 생각했는데, 가까이 보니 소를 싣고 가는 트럭이었다. 차가 그 트럭의 후미에 가까워지자 거기에 두 마리의 소가 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뒤에 있는 한 마리는 흔들리는 트럭 안에서도 다리를 굽히지 않고 한사코 서서 진동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그보다는 작은 송아지로 바닥에 앉아 순한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서 있는 것은 어미 소이고 앉아 있는 것은 새끼 송아지인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나는 어미 소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트럭의 뒤를 좇으며 나는 어미 소와 계속 시선을 마주쳤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자위가 뜨거워졌다. 저렇게 온몸으로 버티고 서서 제 새끼를 지키고 있는 것이로구나, 생각하자 눈물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눈가를 훔치고 다시 그쪽을 바라보아도 어미 소는 계속해서 나를 지긋이 바라봐 주는 것이었다. 그 눈빛은 나도 네 마음과 같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마워, 고마워, 라고 중얼대며 큰 눈망울로 내 마음을 달래주는 어미 소에게 화답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은 언제나 다가오는 시간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실존적 불안을 넘어 미래의 시간에 스스로를 내던져야 한다. 눈물을 그치자 어미 소와 송아지를 태우고 가던 트럭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동자가 아리도록 아팠다.

잠시 후, 나는 카오디오에 전원을 누르고 장필순의 노래 중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을 찾아 틀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서 이 부분을 곱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두려워 겁에 질려 허둥대는 우리들 / 그림자 이끌고 떠나가야겠네 / 안개가 씻어 낸 이 길을 따라.” SM3는 그렇게 현재의 불안을 넘어 미래의 시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노래와 같이 “귓가를 스쳐가는 젖은 바람”은 외롭지 않느냐고,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들”은 슬프지 않느냐고 물어온다. 우리는 이미 지나버린 시간에 매달려 발버둥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두려워 겁에 질려 허둥댄다. 인생이란 끊임없는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문제는 이 실존의 불안을 어떻게 딛고 미래의 시간으로 자신을 내던질 것인가이다. 그렇게 기투(企投)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 가슴 속에는 다시 씨가 퍼져 날리고 꽃이 피고 새들이 날아들 것이다. 트럭에 실려가던 어미 소와 새끼 소도 어딘가에 닿아 마음씨 좋은 새 주인을 만났으리라.

병원에서 진행된 아들의 식이요법은 과정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적응이 된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제 엄마가 매 끼니 칼로리를 계산해서 힘들어 지어낸 음식으로 치료식을 계속했지만, 불행하게도 병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식이요법은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던 그날, 오지 않은 시간이 두려워 허둥댔던 나에게 속 깊은 위로를 안겨준 어미 소의 깊은 눈빛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새끼를 지켜냈던 어미 소의 안간힘처럼, 나도 내 피붙이를 온몸으로 껴안고 이 험한 생의 시간을 건너가고 있는 중이다.

김정남
소설가, 문학평론가. 장편소설 『여행의 기술―Hommage to Route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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