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1991년에 13,429명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후, 24년 만인 2015년에는 4,621명으로 최고치 대비 65%가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감소율을 외국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국가는 영국과 일본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의 경우 지난 1966년 최고치 7,985명에서 47년 만에 2013년 1,770명으로 최고치 대비 78%를 감소시켰고, 일본의 경우 지난 1970년 최고치 16,765명(사고발생 후 24시간 이내 사망자 수 기준)에서 43년 만에 2013년 4,373명으로 최고치 대비 74%를 감소시켰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인 24년간 65%는 감소기간과 감소율을 같이 고려할 때, 영국과 일본의 감소율과 비교하여 크게 뒤지지 않는 높은 감소성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지난 24년 동안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65%나 감소시킨 주요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1987년부터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교통안전 분야 연구를 담당하면서 그 동안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증가 및 감소 과정을 직접 목격한 필자의 의견을 말하자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감소시킨 요인에는 도로 요인도 있고 단속 요인도 있고 교육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자동차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옛날에는 자동차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자동차가 찌그러지고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차내 생존공간이 확보되지 않아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 출고되는 차량은 안전도 향상으로 차내 생존공간이 확보되어 웬만한 충돌사고에도 운전자가 살아나는 확률이 높아졌다.
더 나아가 최근의 자동차는 차내 생존공간 확보 뿐만 아니라, 전면 및 측면 에어백까지 장착되어 충돌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차체에 부딪히는 충격을 현저하게 완화해 줌으로써 생존율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 가장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이와 같은 사실은 충돌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사망률 변화 통계로도 알 수 있는데, 지난 1991년에는 차 대 차 교통사고 100건당 4.0명이 사망하였지만, 2014년에는 1.2명만이 사망하여 사망률이 1/3 이하로 감소하였다.
이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동안의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과 거의 비슷한 수치로서, 자동차 안전도가 높아진 비율만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한 사실을 보여준다.
연도 | 차 대 차 교통사고건수 | 사망자 수 | 사망률(명/백건) |
---|---|---|---|
1991년 | 118,897 | 4,805 | 4.0 |
2014년 | 162,181 | 1,914 | 1.2 |
자료 : 경찰청 교통사고통계, 1992년 & 2015년
이와 같이 자동차 안전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하게 된 가장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통사고를 더욱 줄여 나가기 위한 장래의 대책 방안도 분명해진다. 그 방안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자동차 안전도의 향상 노력이다.
몇 년 전에 필자가 독일 벤츠 자동차사를 방문하여 안전 담당자의 브리핑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벤츠 자동차사의 목표는 운전자가 고의로 음주운전이나 과속 등 법규위반을 하지 않는 한, 자사의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운전자가 충돌사고 발생으로 죽는 일은 한 명도 없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메이커도 운전자가 고의적으로 위법운전을 하지 않는 한, 국산 자동차를 타다가 운전자가 충돌사고로 사망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더라도 기계장치 고장과 컴퓨터 시스템 오작동 문제로 인하여 자동차 충돌을 완벽하게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자동차 안전도 문제는 여전히 자동차 메이커의 가장 큰 경쟁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모든 신규 자동차에 2022년까지 자동긴급제동장치(Automatic Emergency Braking System)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하였고,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도 최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여 2017년 1월부터 신규 출고되는 대형 승합차 및 화물차(총중량 20톤 이상)에 의무장착하기로 입법예고하였는데, 이와 같은 안전장치가 보급된다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오기 전이라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우리나라의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은 자동차 충돌사고 발생 시 운전자 사망률 감소와 직접 비례하여 감소하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정부는 자동차 안전도 향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자동차 메이커가 이에 협력하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