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에 의해 발명되고, 1903년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기가 라이트 형제에 의해 발명된 이후, 이들 두 발명품은 인류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지상과 공중의 대표적인 운송수단이 되었다. 이들 두 운송수단이 발명되던 시대에는 오늘날의 대표적인 소재들인 고분자재료(polymers)나 가볍고 튼튼한 경합금(light alloys) 및 복합재료 (composites)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는 약 16만 종류 이상의 공학재료(engineering materials)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체가 가벼워야 하는 항공기 특성상, <그림. 1>과 같이 비강도와 비강성이 우수한 경합금과 섬유보강복합재료 (fiber reinforced composites) 등의 신소재는 출현과 동시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었고,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항공기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그림. 자동차 경량화 동향 및 재료별 경량화 효과(출처-Google)

복합재(Composite Material) 정의는, 성질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거시적으로 기계적 혼합되어 미세조직이 비교적 불균일한 상태로 물질간의 장점을 이용하여 보다 유용한 기능을 발현하는 재료이다. 주로 에폭시나 플라스틱 수지 등에 강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탄소섬유를 보강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CFRP)이 그 예인데,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우수한 소재 특성에도 불구하고 소재가격이 높아 주로 람보르기니 Aventador, Corvette C7과 같은 프리미엄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되어 왔다.

이러한 탄소섬유복합재의 비싼 가격은 탄소섬유복합재의 사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비싼 것도 있지만, 탄소섬유복합재의 가격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은 탄소섬유복합재를 처리가공하는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지 못하고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더 크다.

즉, 공정이 자동화된다면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스포츠카가 아닌 일반 자동차에도 탄소섬유복합재를 적용할 수 있다. 탄소섬유 제조사인 Zoltek社의 자료를 보더라도 탄소섬유복합재 부품의 제조원가 대부분이 공정비용(60%)이 차지하고 있어, 공정만 자동화된다면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자동차 완성차업체 중에 탄소섬유복합재 적용이 가장 활발한 곳은 BMW이다. 2013년 탄소섬유복합재를 적용하여 세계 최초로 양산된 BMWi3의 복합재 차체는 강철 대비 60%, 알루미늄 대비 40% 가볍게 제작되어 150kg으로 성인 두 사람이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또한 BMWM3와 M6 모델에 비하여, 제조공정 시간을 30% 줄여 50%의 제조원가를 절감하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BMWi8 또한 탄소섬유복합재 부품이 42개나 대거 적용되어 168kg 정도의 경량차체를 구현하였다. 이로 인해 연비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유럽연비 기준으로 47km/l이다.

최근에 출시된 BMW7 시리즈에서도 탄소섬유복합재 부품을 4가지 복합재 성형공법을 적용하여 16개 부품을 제조하였다. 그 결과 전작대비 40kg의 중량감소 결과를 보였다.

현대기아차도 ‘2020 연비 25% 향상 프로젝트’를 선언하면서, 차량경량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초고장력강판 비율을 2018년 48~6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초고장력강판은 일반 강판 대비 2배 강도가 높지만 무게는 10%가량 가벼운 차체 소재다. 최근 출시된 ‘신형 쏘나타’, ‘신형 제네시스’, ‘신형 쏘렌토’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52%가량 적용됐다. 알루미늄,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도 확대 적용중이다. 기아차의 신형 쏘렌토는 탄소섬유복합재가 적용된 선루프 프레임으로 이전대비 8kg 가벼워졌다.

이외의 대부분의 자동차업체에서는 차량경량화를 위해 루프, 휠, 서스펜션 암, 범퍼 빔 등 다수의 탄소섬유복합재 부품들을 개발하고 있고, BMWi3를 기점으로 양산 자동차의 적용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자동차업계가 차량경량화에 열중하는 이유는 차량중량이 10% 가벼워지면 연비는 3.2%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향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주변에서 탄소섬유복합재가 적용된 경량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몽영

한국탄소융합기술원 R&D 팀장